"이건 겁박"…이란, 트럼프의 핵개발 협상 제안 거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핵무기 개발 문제를 협상하자고 제의한 가운데, 이란이 이를 거부했다.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8일(현지시간) 테헤란에서 고위 관리들이 참석한 가운데 라마단 회의를 열고 "겁박하는 강대국의 협상 요구는 문제 해결을 위한 진정한 시도가 아니라 자기 요구사항을 관철하려는 시도일 뿐"이라고 말했다고 이란 국영 통신 IRNA가 보도했다. 이어 하메네이는 "이란은 그들의 기대를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가 2025년 3월 8일 테헤란에서 이란 정부 관리들과의 회의에 참석한 모습. AFP=연합뉴스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가 2025년 3월 8일 테헤란에서 이란 정부 관리들과의 회의에 참석한 모습. AFP=연합뉴스

 
지난 7일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최고지도자에게 대화를 제안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밝혔는데, 하메네이가 해당 제안을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풀이된다. 라마단 회의는 하메네이의 가장 중요한 연례 회의 중 하나로 주요 국정 현안을 설명하고 이란의 전반적인 정책을 소개하는 자리라고 IRNA는 덧붙였다.

이처럼 이란이 대화를 거부하자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이 이란을 군사적인 방식이나 협상으로 상대할 수 있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브라이언 휴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8일 성명에서 "우리는 이란 정권이 테러보다 자국의 국민과 최고 이익을 우선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폭스 비즈니스 뉴스 인터뷰에서 "나는 그들(이란)에게 '군사적으로 들어가야 한다면 끔찍한 일이 될 것이기 때문에 협상을 해주길 바란다'는 편지를 썼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난 협상하고 싶다. 군사적으로 승리한 것만큼이나 좋은 거래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이 바로 그 시기이다. 어떤 식으로든 일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거래 여지를 열어 놓으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핵 프로그램에 대한 협상을 거부할 경우 이란에 군사적 조처를 하겠다고 위협도 했다. 지난달 초엔 이란에 대한 고강도 경제 제재 등으로 '최대 압박'에 나서도록 재무부에 지시하는 각서에 서명했다.

이란, "트럼프가 핵합의 파기"

 
이란은 여전히 미국과의 대화에 회의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때인 2015년 이뤄진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 행동계획)를 트럼프 대통령 1기 때인 2018년에 일방적으로 탈퇴한 전력 때문이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위협을 완전히 차단하지 못한 채 경제적 보상만 제공한다"며 핵합의에서 탈퇴했다.  

이를 두고 하메네이는 지난달 7일 군사령관들과의 회의에서 트럼프가 JCPOA 타결 3년 만에 이를 일방적으로 뒤집은 일을 언급하며 "지금 재임 중인 사람(트럼프)이 그 합의를 파기했다"며 "미국과 협상해도 아무 문제도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도 7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이슬람협력기구(OIC) 회의에서 "미국이 '최대 압박' 정책을 펼치고 계속 이란을 위협하는 한 미국과 직접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가 2025년 3월 8일 테헤란에서 이란 정부 관리들과의 회의에 참석한 모습. EPA=연합뉴스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가 2025년 3월 8일 테헤란에서 이란 정부 관리들과의 회의에 참석한 모습.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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