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플러스. 뉴스1
통상 거래업체들은 유통사에 물건을 외상으로 납품한다. 물품 대금을 현금이 아닌 어음(일반 상거래 채권)으로 받고 계약에 따라 일정 기간 금액에 대해 추후 정산받는 것이다. 가령 A 식품업체는 홈플러스로부터 10일 치 정산분을 50일 지나 받는다. 그런데 지난 4일 홈플러스의 회생절차 신청으로 거래 계좌가 막혔고 해당일 정산돼야 할 대금 지급이 지연되며 우려가 커졌다. 홈플러스에 물건을 대온 식품·가전 제조사들은 대금 미지급 가능성을 고려해 지난 6일 납품 중단을 결정했다.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 물건을 공급하지 않겠다는 것. 오뚜기, 롯데웰푸드, 삼양식품 같은 식품업체는 물론 삼성·LG전자 등 가전업체도 납품을 일시적으로 끊었다.
오뚜기는 납품 중단 하루 만인 이날부터 물품 공급을 재개했다. 오뚜기 관계자는 “어제 늦게 홈플러스 쪽으로부터 대금 지급 계획 내용을 담은 공문을 받아 오늘부터 정상적으로 납품하고 있다”라며 “원래도 중단이라기보다 유통사에서 발주를 넣어야 제품이 나가는데 그러지 않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웰푸드도 8일부터 공급하기로 했다. 동서식품, 삼양식품 등도 홈플러스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가전사에서는 삼성전자가 이날부터 정상 출하를 하고 있다.
홈플러스 납품업체는 1800곳, 임차인은 7000곳에 이르는데 일부 업체들은 여전히 자금 집행 계획이 불확실하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홈플러스 의존도가 높고 자금 사정이 더 빠듯한 중소기업들은 대금 지연에 따른 경영난 타격이 더 클 수 있어 우려하는 분위기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홈플러스 측에 대금 지급 계획을 요청했는데 일부에 대해서만 답을 받았다”라며 “나머지 집행 계획이 제시돼야 출하 재개를 논의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대금 지급을 일괄적으로 업체들과 약속한 것도 아니고, 업체별로 내용을 공유받은 곳과 그러지 못한 곳이 있다”면서 “우왕좌왕 대응을 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조금 더 추이를 지켜보려 한다”고 말했다. LG전자도 여전히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현재 가용 현금 잔액이 3090억이고, 이달 유입될 예상 순현금이 3000억원 등 약 6000억원의 여력이 있어 상거래 채권 지급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 강조하고 있다. 물류센터 관련 인력의 인건비가 미지급됐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이에 대해서는 “규모가 비교적 작은 두 곳의 도급사에 4일 나가야 할 인건비 지급이 지연됐다”라며 “순차적으로 입금될 것이고, 나머지 도급사들은 지급 시점이 도래하지 않아 해당 사항이 없다”라고 설명했다.

7일 서울 시내 한 홈플러스 매장의 물류입고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