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이 상속세 공제를 18억까지 올려준다고 하자 (여당이) 굳이 태클을 걸다가 아닌가 싶었던 모양”이라며 “여기에 또 이상한 초부자 감세를 붙이지 말고 (배우자 상속세 폐지에) 동의할 테니 이건 처리하면 좋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사전 비공개회의에서 정책위에 “배우자 상속세를 없애면 세수 타격이 얼마냐”고 물은 뒤 “큰 영향이 없다”는 답변을 듣자, “이혼해서 재산 분할을 하면 어차피 면세”라며 배우자 상속세 폐지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참석자들이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3.8세계여성의날 기념 행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국민의힘도 이에 호응했다. 권 위원장은 이 대표의 발언 직후 페이스북에 “전향적인 태도를 환영한다”고 했다. 권 위원장은 다만 “더 중요한 것은 국민 경제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가업 승계를 완화하는 것”이라며 가업 상속 공제 한도 확대를 추가로 요구했다.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중앙일보에 “최고 세율 인하는 아쉽게도 민주당 동의가 없으므로, 가능한 것부터 하는 게 좋겠다”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에서 배우자 상속세 폐지, 세액 공제 한도 확대부터 다루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향후 상속세 개편을 위한 협상이 개시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이 7일 오후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구속취소 인용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여야는 그간 경쟁적으로 상속세 개편안을 내왔다. 국민의힘은 각각 5억원인 일괄 공제와 배우자 공제를 10억원으로 상향하자고 했다가 6일 배우자 상속세에 대해선 면세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권 위원장은 이와 함께 유산세를 유산취득세로 전환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유산세는 유산 총액을 기준으로 상속자가 연대해 세금을 내지만, 유산취득세는 실제 상속자 개인이 취득한 금액을 기준으로만 세금을 매긴다.
민주당은 일괄 공제를 8억원으로, 배우자 공제를 10억원으로 늘리는 개정안을 이미 제출한 상태다. 여야 모두 공제액을 높이는 데는 이견이 크지 않지만 문제는 최고 세율이다. 국민의힘은 최고 세율 인하(50%→40%)를 주장하고 있지만 민주당이 “초부자 감세”라고 반대해 상속세 개편 논의에 속도가 붙지 않았었다.
여야는 국민연금 개혁 협상에도 간극을 좁혀가고 있다. 지난 6일 국정협의회에서 국민의힘이 자동안정화장치 도입을 고집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여야가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 등 모수 개혁을 먼저 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여권은 그동안 인구 구조와 경제 여건에 따라 연금 수급액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자동안정화 장치 도입 등 구조 개혁과 모수 개혁을 동시에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국민의힘이 내놓은 소득대체율 43%에 대해 민주당이 고려해보겠다는 의견을 밝히면서, 여야는 숫자에도 어느 정도 근접했다. 김상훈 의장은 국정협의회 뒤 기자들과 만나 “(여당은)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3%를 제안했고, 민주당이 검토해보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연금개혁은 10일 열리는 국정협의회에서 다시 논의될 전망이다. 이 대표가 “가능한 빨리 국민연금 모수 개혁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등 민주당도 협상 의지가 강하지만, ‘소득대체율 43%’를 놓고 민주당 내부 의견이 엇갈리는 점이 변수다. 7일 민주당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선 “43%를 받더라도 다른 조건을 붙여야 한다”거나 “43%를 받아주면 국민의힘에서 또 다른 요구를 할 수 있다”는 의견이 오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