맬컴 턴불 전 호주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유리한 기회를 만들어주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에 반발하며 턴불 전 총리를 비난하면서 두 사람의 설전으로 번졌다. 이로 인해 호주 정부가 추진 중인 미국 철강·알루미늄 관세 면제 협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턴불 전 총리의 재임 기간은 2015~2018년이었다. 총리를 맡았던 후반기가 트럼프 행정부 1기 때와 맞물린다.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턴불 전 총리는 전날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국을 대하는 방식이 시 주석에게 "유리한 점"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턴불 전 총리는 "시 주석은 트럼프의 정반대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할 것"이라며 "트럼프가 혼란스러울 때 그(시 주석)는 일관성을 유지할 것이다. 트럼프가 무례하고 모욕적일 때 그는 존중할 것이다. 트럼프가 변덕스러울 때 그는 일관성을 유지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을 더 매력적인 파트너로 여기는 나라들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당신이 미국과 가까울수록, 그(트럼프 대통령)는 당신에게서 가치를 뜯어내고 당신을 위협해 갈취할 수 있다고 느낀다"고 주장했다.

턴불 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와 캐나다의 미국 편입 가능성을 언급한 데 대해 "이게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을 지원한 덴마크에 대한 보상이냐", "이게 캐나다의 수십 년간의 연대와 동맹에 대한 보상이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호주 정부가 추진 중인 미국 철강·알루미늄 관세 면제와 관련해 자신이 총리였던 2018년보다 이를 얻어내기가 "훨씬 더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턴불 전 총리는 2018년 3월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철강·알루미늄 관세 인상 계획을 발표했을 때 직접 협상해 호주가 면제 혜택을 받도록 한 바 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나는 그가 약하고 무능한 지도자라고 항상 생각했고, 당연히 호주 국민들도 나와 동의했다!!!"라며 턴불 전 총리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를 접한 턴불 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깡패'(bully)라고 지칭하며 반격에 나섰다.

그는 ABC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가 이자에게 경의를 표하고 그가 천재라고 말하며 백악관을 기어 다니는 아첨꾼들"이 되어야 하느냐며 "그건 터무니없다"고 일갈했다.

또한 "내가 본 거의 모든 이들, 트럼프에게 아부하고 아첨꾼이었던 국제 지도자들은 모두 짓밟혔다"면서 "현실은 깡패에게 아첨하면 세계적 사안이든 놀이터에서든 더 많은 괴롭힘을 당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다음 날 ABC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그는 깡패"라며 "그는 사람들을 위협함으로써 지배력을 얻는다"고 비난했다.

이어 "모든 국가가 해야 할 일은 그에게 맞서는 것"이라면서, 그렇지 않으면 "위험한 내리막길"로 치닫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턴불 전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을 연일 강하게 비판하면서 트럼프 대통령도 이에 반응하자, 조만간 철강·알루미늄 관세 면제 여부 결정을 앞둔 호주 정부는 턴불 전 총리의 발언이 초래할 파문을 줄이기 위해 애쓰는 분위기다.

어맨더 리시워스 호주 사회서비스 장관은 방송 인터뷰에서 "턴불(전 총리)은 정부 구성원이 아니다"라며 "우리 정부는 호주 수출업체를 옹호하는 데 전적으로 집중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