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월 7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2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르면 다음 주부터 자동차 관세 등의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실무진 협의를 가동할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무토 요지(武藤容治) 일본 경제산업상이 지난 9일 미국을 방문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 등과 만나 관세 제외 협상을 벌였지만, 제외 확답을 받지 못한 데 따른 협의다. 철강과 알루미늄, 자동차 외에도 일본의 수입쌀 관세 언급이 나오는 것도 관세 협의에 불을 붙이고 있다. 앞서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11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캐나다의 관세 부과를 비판하면서 일본을 언급했다. “일본은 쌀에 70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면서다. 미국 정부 대변인 공개적으로 일본을 거론하자 일본 정부는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관방장관은 관련 질문에 “발언 하나하나에 코멘트하는 것은 삼가겠지만 어쨌든 미국 측과 의사소통을 도모해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백악관 대변인 발언에 닛케이가 “레빗 대변인이 인용한 숫자는 다소 정확성이 결여됐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현재 77만t에 대한 수입쌀에 대해 관세를 제로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77만t을 넘어가는 수입쌀에 대해서 관세가 적용되지만 700% 관세는 2005년에 농림수산성이 계산한 수치일 가능성이 높다며 “일본 국내에서 반발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반박했다.
무산된 협의에 대한 패인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아사히는 이번 첫 교섭에서 무토 경산상이 미국으로부터 확답을 당초부터 얻을 수 없었고, 미국 역시 양보할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를 비롯해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관방장관 등이 무토 경산상이 나설 관세 협상을 위해 휴일을 불사하고 머리를 맞댔지만 ‘승산’이 없었다는 것이다. 근거로 든 것은 협상 카드. 이미 이시바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미·일 정상회담을 위해 도요타 자동차 등의 미국 투자를 사용해버려 무토 경산상이 미국과의 ‘거래’에 쓸 카드가 없었다는 얘기다.

무토 요지 일본 경제산업상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관세 제외 협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교도·AP=연합뉴스
관세 제외 협상에 승산이 없었던 이유는 또 있었다. 아사히는 트럼프가 고(高) 관세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워 선거전에서 승리한 만큼, 관세를 선적용하고, 후에 적용 제외를 검토하는 수법을 노린다고 분석하면서 “일본에 대한 교섭도 관세를 발동하고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고 전했다. 닛케이도 “일본 정부는 트럼프 집권 1기 때에도 자동차 관세를 놓고 협상을 통해 시간을 끌며 성공한 경험이 있다”면서 “이번에도 미국과 끈질기게 교섭을 계속해 국면 타개 실마리를 찾으려 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