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 의장은 “(최 대행의 행위는) 헌법 질서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입법부와 헌재의 헌법적 지위를 부정하고 얕잡아보는 태도”라고 비판했다. 또 최 대행의 마 후보자 불임명이 “국가적 불안정성을 가중한다”며 “헌재 결정의 불이행은 우리 경제도 해친다”고 했다. 이어 “지금 최 대행은 헌재의 결정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나쁜 전례를 만들고 있다,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을 향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즉시 임명할 것을 촉구하며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최 대행은 지난해 12월 31일 국회 추천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정계선·조한창·마은혁) 중 마 후보자를 제외한 2명만 임명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27일 최 대행의 마 후보자 불임명은 국회의 권한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최 대행은 2주째 마 후보자 임명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최 대행은 “헌재의 결정을 존중한다”, “결정문을 잘 살펴보겠다” 등 원론적인 입장만 냈다.
최 대행은 지난 4일 국무회의에서도 마 후보자 임명 관련 국무위원들의 의견을 들은 뒤 임명하지 않은 채 아무런 입장도 안 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선고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마 후보자를 임명하는 것이 최 대행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헌법재판관 후보자 두 명을 임명할 당시에도 여권과 국무위원의 강한 반발이 있었다.
박태서 국회의장실 공보수석은 최 대행이 우 의장과 둘만의 소통 자리에서 마 후보자를 지금 임명하기엔 곤란하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박 수석은 “우 의장은 최 대행의 설명에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이에 대한 심각한 문제의식 갖고 (우 의장이) 오늘 입장문을 준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언제까지 임명할 것인지, 즉시 임명하지 않을 것이라면 위헌 상황과 국회의 권한 침해 상태를 지속시키는 이유가 무엇인지 국민께 공개적으로 답변하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전날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렇게까지 헌재 결정을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공직자는 처음 본다”고 최 대행을 비판했다. 윤 대통령 탄핵 선고를 앞두고 민주당과 우 의장이 잇따라 마 후보자 임명을 촉구하고 나서자 정치권에선 “헌재의 탄핵 심판이 야당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는 모양”이라는 관측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