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t 차량도 로봇이 번쩍 들어 주차해준다…'주차 지옥' 방콕 가보니 [르포]

 

지난 6일(현지시간) 태국 수도 방콕에 위치한 고급 공동주택. 한 입주민이 차를 주차장 입구에 있는 팔레트 기계 위에 세우고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바닥에 위치한 높이 190㎜의 얇은 자동 주차 로봇(듀오·DUO)에서 총 8개의 암(팔)이 나와 차량 바퀴를 부드럽게 감싸 올렸다. 이후 로봇은 차량을 주차장 승강기 안으로 옮긴 뒤 10층 규모의 주차장에 차곡차곡 넣는다. 운전자가 주차장에 직접 들어가거나 전·후면 주차를 하지 않아도 쉽게 주차를 끝마칠 수 있다.

태국 방콕의 한 공동주택에 설치된 주차로봇 시스템. 차량이 들어오면 자동 주차 로봇(듀오·DUO)에서 총 8개의 암(팔)이 펼쳐져 바퀴를 감싸듯 들어올린다. 사진 에스피앤모빌리티

태국 방콕의 한 공동주택에 설치된 주차로봇 시스템. 차량이 들어오면 자동 주차 로봇(듀오·DUO)에서 총 8개의 암(팔)이 펼쳐져 바퀴를 감싸듯 들어올린다. 사진 에스피앤모빌리티

 
이곳에 설치된 주차로봇 시스템 ‘엠피시스템’(MPSyetem)은 삼표그룹과 로봇 주차 전문 기업 셈페르엠이 설립한 합작회사 에스피앤모빌리티의 국산 기술이다. 차량 제원과 상관없이 로봇이 자동으로 바퀴 위치를 감지하기 때문에 경차부터 스포츠카, 대형 밴까지 무게가 3톤(t) 이내라면 모두 주차가 가능하다. 차량 입출고까지 평균 2분30초가 소요된다. 현재 태국에선 공동주택뿐만 아니라 쇼핑몰·병원 등 12곳에서 엠피시스템이 설치됐다.

태국 방콕의 한 공동주택 안에 설치된 로봇주차장 내부. 10층짜리 주차장에 차량이 차곡차곡 쌓여있다. 입차나 출차 시 로봇이 움직이며 차량을 옮긴다. 방콕=나상현 기자

태국 방콕의 한 공동주택 안에 설치된 로봇주차장 내부. 10층짜리 주차장에 차량이 차곡차곡 쌓여있다. 입차나 출차 시 로봇이 움직이며 차량을 옮긴다. 방콕=나상현 기자

 
로봇주차의 최대 강점은 공간 절약이다. 로봇주차는 차량과 사람이 지나다니는 통로가 필요 없고 1대1 병렬 주차가 가능하기 때문에 주차공간을 압축할 수 있다. 에스피앤모빌리티에 따르면 9칸짜리 자주식 주차 공간에 그대로 로봇주차 시스템을 도입하면 21칸까지 확장할 수 있다. 기자가 찾은 방콕 공동주택에선 10층 주차장에 총 243대 주차가 가능했다. 에스피앤모빌리티 관계자는 “만약 같은 공간에 자주식 주차장을 설치했다면 많아도 3분의2 정도만 들어갈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질적인 주차난에 시달리는 태국에서 로봇주차는 점점 활성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엠피시스템의 태국 총판업체인 파크플러스의 아비람 시타칼린(40) 대표는 “로봇주차 설치 비용이 당연히 (자주식 주차에 비해) 비싸지만, 이로 인해 주거·상업 공간이 늘어나는 점을 고려하면 비용 차이가 거의 없거나 오히려 더 저렴할 수 있다”며 “태국에서 로봇 주차 시장은 현재 3억 달러(약 4400억원)에 이를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봇주차 엠피시스템 태국 총판업체 파크플러스의 아비람 시타칼린(40) 대표. 사진 삼표그룹

로봇주차 엠피시스템 태국 총판업체 파크플러스의 아비람 시타칼린(40) 대표. 사진 삼표그룹

 
한국 상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기계식 주차와 비교해 안전성이 높다는 장점도 있다. 기계식 주차는 승강기 안쪽까지 직접 차를 몰고 들어간 이후 운전자가 옆으로 빠져나와야 한다. 이 과정에서 추락 사고 위험도 있다. 하지만 로봇 주차는 사람이 주차에 관여하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에스피앤모빌리티 관계자는 “주차장 내부가 콘트리트 구조로 돼 있고 차실마다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는 등 화재 위험에도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로봇주차 시장은 규제 장벽에 가로막혀 있다. 기존 기계식 주차와 똑같은 법규를 적용받다 보니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에선 설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에스피앤모빌리티 장성진 대표이사는 “국내에서도 주거 용도에 로봇주차 적용이 되면 이용자 편의성 증대는 물론, 주차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 문제 해소, 주차 면수 확대, 시공비 절감 효과까지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태국 방콕의 한 공동주택 안에 설치된 로봇주차 시스템 내부. 2층짜리 주차동에 차량이 주차돼 있다. 방콕=나상현 기자

태국 방콕의 한 공동주택 안에 설치된 로봇주차 시스템 내부. 2층짜리 주차동에 차량이 주차돼 있다. 방콕=나상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