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 지지해도 쿠르스크는…" 푸틴 '밀당'에 트럼프 “옳은일 하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13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센코 벨라루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장소로 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13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센코 벨라루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장소로 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합의한 ‘30일 휴전안’을 두고 13일(현지시간) “원칙적으로 지지하지만 (미국과) 추가로 논의해야 할 문제가 있다”며 유보적 입장을 나타냈다. 휴전안이 러시아 남부 쿠르스크주(州)에서 고전하는 우크라이나에 매우 유리하다는 이유에서다. 사실상 쿠르스크의 완전 수복 전에는 휴전하지 않겠다는 뜻을 드러낸 셈이다. 푸틴의 ‘밀당’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시적으로 허용했던 러시아 금융기관의 에너지 거래를 종료하는 등 압박 카드를 다시 꺼내 드는 모습이다. 

푸틴은 이날 크렘린궁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분쟁에 관심을 가지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하다”며 “휴전 자체는 절대적으로 옳고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추가적으로 논의해야 할 심각한 문제들이 있어 미국 파트너들과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로 논의해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트럼프가 제안한 휴전안을 반대하진 않지만, 그대로 받을 순 없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핵심 이유는 우크라이나가 지난해 8월 침공해 일부 점령하고 있는 자국 영토 쿠르스크다. 푸틴은 쿠르스크를 수차례 언급하며 “30일간의 휴전은 우크라이나에 매우 유리한 제안”이라고 주장했다.

녹색 군복을 입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지난 12일 쿠르스크 군사령부를 방문해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참모총장과 악수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녹색 군복을 입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지난 12일 쿠르스크 군사령부를 방문해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참모총장과 악수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러시아는 지난 12일 쿠르스크 최대 도시 수자를 탈환하는 등 상당 부분의 영토를 회복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휴전이 이뤄지면 우크라이나가 병력과 무기를 보강하고, 다시 전투를 이어 나갈 수 있다는 게 푸틴의 생각이다. 푸틴은 “(휴전안에)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보장하는 방안도 없다”며 “러시아는 (러시아가 우세한) 지상의 상황을 고려해 분쟁 종식을 위한 다음 조치를 협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틴의 발언은 최소한 쿠르스크 전체를 되찾고 휴전에 들어가 향후 종전 협상에서 우크라이나가 쿠르스크를 협상 카드로 활용하는 걸 차단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일 트럼프가 우크라이나와 휴전안에 전격 합의하고 러시아에 이를 내밀었는 데도, 다음날 푸틴이 군복 차림으로 쿠르스크에 나타나 ‘완전 수복’을 독촉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뉴욕타임스는 “푸틴은 트럼프의 휴전안을 거부하지 않으면서도 휴전을 지연시키거나 실현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는 조건을 내걸었다”며 “우크라이나를 돕는 서방 국가들의 무기 공급을 중단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는 것도 시사했다”고 전했다.

영국은 푸틴의 발언을 즉각 비판했다.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무장관은 이날 영국매체 미러에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완전하고 즉각적이며 조건 없는 30일간 휴전을 촉구했다”며 “푸틴이 조건을 제시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본격적인 종전 협상을 위해 일시적으로 휴전하자는 것인데, 조건을 붙이는 것은 옳지 않다는 뜻이다. 

한편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14일 브리핑에서 “푸틴 대통령이 전날 늦은 저녁 스티브 위트코프 백악관 중동 특사를 접견했다”며 “위트코프 특사를 통해 정보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추가 신호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추가 신호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지만, 위트코프 특사가 푸틴 대통령의 메시지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한 뒤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위트코프 특사는 지난 11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합의한 휴전안을 논의하기 위해 전날 모스크바에 도착했다. 그는 러시아 대표단과 만난 뒤 이날 새벽 모스크바를 떠났다고 타스 등이 전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또 앞선 푸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선 “여전히 해야 할 것이 많은데도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 연대를 표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트럼프 ‘한시적 러 제재 예외조치’ 종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가진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과의 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가진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과의 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3일 트럼프는 푸틴의 발언에 대해 “희망적이지만 완전하지는 않다”며 “푸틴과 통화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의 회담에서 “우크라이나는 완전한 휴전에 동의했다. 러시아도 휴전에 동의하기를 바란다”며 “러시아가 옳은 일을 하기를 바란다. 우리는 러시아도 여기(합의)에 있는지 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러시아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전 세계에 매우 실망스러운 순간이 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경고 의사를 행동으로 보였다. 미 재무부는 러시아연방 중앙은행, 국영 은행인 VTB 등 러시아 은행 등에 대한 한시적인 에너지 거래 허용 조치를 12일부로 종료했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1월 러시아 대형 은행 등을 제재하면서 이달 11일까지 천연가스, 석유 제품 등 에너지 관련 거래는 한시적으로 허용했는데 이를 연장하지 않은 것이다.

트럼프는 “현재 스티븐 위트코프 (중동특사)와 다른 사람들이 러시아에서 매우 진지한 대화를 하고 있다”며 협상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뜻을 밝혔다. 러시아를 방문한 위트코프 특사는 이날 저녁 푸틴과 만나 휴전 관련 논의를 할 예정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수도 키이우에서 열린 수상식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수도 키이우에서 열린 수상식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푸틴의 발언에 대해 “푸틴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쟁을 계속하고 싶다고 직접 말하기 두려워 휴전안 거부를 위한 방안을 찾는 것”이라며 “푸틴은 종종 이런 ‘속임수’를 쓴다”고 비판했다.

“북한군 자살 공격에 우크라군 밀려나”

우크라이나군이 공개한 드론 영상에 포착된 북한군. 사진 우크라이나군 X캡처

우크라이나군이 공개한 드론 영상에 포착된 북한군. 사진 우크라이나군 X캡처

한편 영국 인터넷매체 인디펜던트는 “북한군의 자살 공격에 우크라이나군이 쿠르스크 지역에서 대부분 밀려났다”고 전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정보 지원을 중단한 틈에 러시아군이 북한군 ‘자살 돌격대’를 선봉에 세워 탈환 공세를 강화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크라이나군의 한 정찰부대 지휘관은 매체에 “디도스(DDOS) 공격처럼 북한군 장병이 몰려왔다”며 “(북한군을) 죽이고 죽였는 데도 당해낼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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