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2조 유상증자..."캐즘에도, 지금 수퍼사이클 대비해야”

최주선 삼성SDI 대표이사가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한 ‘인터배터리 2025’에 참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최주선 삼성SDI 대표이사가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한 ‘인터배터리 2025’에 참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삼성SDI가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한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배터리 산업이 지금은 ‘보릿고개’를 오르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선제적인 투자로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판단이다.

삼성SDI는 14일 이사회를 열고 시설투자 자금 확충을 위한 유상증자를 결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유상증자는 주주 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된다. 유상증자 주식 수는 1182만1000주로, 증자 비율은 16.8%다. 신주 배정 기준일은 4월 18일이며, 5월 22일 확정 발행가액이 결정된다. 이후 우리사주조합, 구주주, 일반공모 순으로 청약 과정을 거쳐 6월 19일 신주 상장이 마무리된다.

삼성SDI는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하는 자금을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의 합작법인 투자, 유럽 헝가리 공장 생산능력 확대, 국내 전고체 배터리 라인 시설투자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삼성SDI는 지난해 8월 GM과 2027년 양산을 목표로 35억 달러(약 4조6000억원)를 투자해 미국에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미 인디애나주 공장에서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기반 고성능 하이니켈 각형 배터리를 생산, 향후 출시될 GM 전기차에 탑재할 계획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예고한 상황에서 미국 현지에 생산 거점을 보유한 배터리 업체의 전략적 가치가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SDI의 시설투자 규모는 2019년 약 1조7000억원에서 지난해 약 6조6000억원으로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올해는 일시적인 수요 위축에 따라 전년 대비 시설투자 규모가 소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나, 미래 기술 선점과 생산능력 확보를 위한 투자는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최주선 삼성SDI 사장은 “안정적인 재무 구조를 기반으로 중장기 성장을 가속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결정했다”라며 “기술 경쟁력 강화, 매출·수주 확대, 비용 혁신을 통해 캐즘을 극복하고, 다가올 수퍼 사이클을 착실히 준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다만 유상증자로 주식의 가치가 희석되는 기존 주주들의 불만은 넘어야 할 과제다. 이날 유상증자 소식이 전해지자 삼성SDI 주가는 6% 넘게 급락,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삼성SDI는 전 거래일 대비 6.18% 하락한 19만1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한 ‘인터배터리 2025’ 삼성SDI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SBB1.5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한 ‘인터배터리 2025’ 삼성SDI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SBB1.5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올해 캐즘과 트럼프 2기 정책 변화로 어려움을 겪는 배터리 업계는 잇달아 자금 수혈에 나서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1조6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조달한 자금은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합작공장, 캐나다 온타리오 스텔란티스 합작공장 등 건설 중인 글로벌 생산시설 투자에 쓸 계획이다. 미국에서 포드와 합작공장을 짓고 있는 SK온 역시 자금 조달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업계는 지금 캐즘에 빠져 있다고 해서 투자를 멈추면 캐즘 이후 시장에서 기회를 놓친다고 보고 있다. 배터리 사업은 시설투자에서 양산까지 2~3년이 걸리는 특성이 있는 데다, 중국 배터리 업체와 치열한 경쟁 상황을 고려하면 투자를 중단해선 안 된다는 설명이다. 시장조사기관들은 2025~2030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연평균 20%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한다.

한편 이날 삼성SDI는 미국 최대 전력기업인 넥스트에라 에너지에 4374억원 규모의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를 납품한다고 공시했다. 삼성SDI는 “ESS 공급은 다수의 프로젝트로 나눠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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