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철수 창업자가 지난 14일 안랩 창립 30주년 기념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 안랩
안철수 창업자는 이날 기념식에서 창업 초창기 시절을 회고하며, 환영사를 건넸다. 안랩은 1995년 3월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에서 시작했다. 1988년 안 창업자가 서울대 의대 박사과정 중 국내 유입된 세계 최초 컴퓨터 바이러스 ‘브레인’의 치료제를 개발한 게 창업 계기였다. ‘사이버 바이러스’라는 개념조차 낯설던 시기였다.
사업 초기,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안 창업자는 사업을 시작한 뒤 4년 간 매일 은행에 돈을 빌리러 다니고, 회사를 홍보하기 위해 머리를 무지개색으로 합성한 광고 포스터를 내기도 했다. 그는 “사업 초기에는 회사가 언제 없어질지 몰라 1999년이 돼서야 전 직원들이 모여 처음 사진을 찍었다”며 “30주년을 맞은 오늘, 다시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함께 사는 사회에 기여하는 초일류 기업’이 되어달라”고 당부했다.

안철수
안랩은 국내에서 발생한 주요 사이버 보안 사건 때마다 존재감을 드러내 왔다. 1999년 감염된 PC의 하드디스크 데이터를 완전히 삭제하는 CIH 바이러스가 전국의 PC 30만 대를 마비시키자, 즉시 대응팀을 구성해 복구 지원에 나섰다. 2003년 SQL 웜(SQL Slammer Worm) 바이러스가 국내 인터넷망을 마비시켰을 때는 이틀 만에 보안 프로그램을 개발해 추가 피해를 방지했다. 2009년 디도스(DDoS) 공격 당시엔 공격 발생 18시간 만에 전용 백신을 만들어 정부·민간에 배포하기도 했다.
국내외에서 발생하는 바이러스를 사전 차단하는 시스템도 개발했다. 2008년 클라우드 기반의 악성코드 자동 대응 기술인 ASD(안랩 스마트 디펜스)를 출시하면서다. ASD는 올해 포함 약 12억 6100만 건 이상의 악성코드를 탐지했다. PC에 신종 바이러스 파일이 감지되면 클라우드 서버에서 분석, ‘악성’으로 판단한 파일을 차단하는 식이다. 현재는 일평균 약 31만 건의 악성코드를 잡아내고 있다.

안랩 창립 30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 중인 강석균 안랩 대표. 연합뉴스
이렇게 초창기 사이버 바이러스부터 막아온 1세대 보안기업인 안랩은 지금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76억8200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3년 전인 2022년 영업이익(269억8700만원)보다 2.6% 증가한 수치다. 작년 매출액도 2605억6900만원으로 집계돼 같은 기간 대비 14.3% 성장했다.
현재 안랩은 사우디아라비아 보안기업 SITE와 합작 법인 ‘라킨’을 설립하며 글로벌 사업 확장에도 나서고 있다. 강석균 안랩 대표는 이날 기념식에서 임직원들에게 “안랩을 글로벌 누구와 경쟁해도 이길 수 있는 ‘월드클래스’ 기업으로 만들어 매출 3000억, 5000억을 넘어 1조기업으로 도약하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