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느냐 사느냐 하는 생존 문제 직면"...'독한 삼성인' 주문한 이재용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김경록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김경록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최근 임원들에게 “경영진부터 철저히 반성하고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과감하게 행동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전 계열사 임원 2000여 명을 대상으로 하는 ‘삼성다움 복원을 위한 가치 교육’ 세미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 이 회장이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평소에 그가 강조한 내용을 중심으로 편집됐다. 임원들은 이번 세미나의 핵심 목표가 담긴 3분 분량의 이 영상을 초반에 함께 시청했다고 한다.

영상에서는 현재 삼성이 놓인 상황에 대해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죽느냐 사느냐 하는 생존의 문제’에 닥쳤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경제와 산업을 선도해야 할 삼성전자는 과연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가?”라고 자문했다. 이어 “(삼성) 전 분야에서 기술 경쟁력이 훼손됐으며 과감한 혁신이나 새로운 도전은 찾아볼 수 없고, 판을 바꾸려는 노력보다는 현상 유지에 급급하다”라며 “위기 때마다 작동하던 삼성 고유의 회복력은 보이지 않는다”라고 진단했다.

임원들의 과감한 행동에 대한 주문도 이어졌다. 이 회장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경영진부터 철저히 반성하고 사즉생의 각오로 과감하게 행동할 때”라며 “첫째도 기술, 둘째도 기술, 셋째도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인재 영입·육성과 인사에 관해서도 “경영진보다 더 훌륭한 특급 인재를 국적과 성별을 불문하고 양성하고 모셔와야 한다”라며 “성과는 확실히 보상하고 결과에 책임지는 신상필벌이 우리의 오랜 원칙이다. 필요하면 인사도 수시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상에는 고(故) 이병철 창업회장과 고 이건희 선대회장의 경영 철학도 소개됐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모습도 나왔다. 현재 한국이 놓인 글로벌 불확실성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별도의 메시지를 내지 않던 이 회장이 이 같은 영상을 공유한 데에는 삼성전자가 현재 복합 위기상황 처해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 반도체 D램의 글로벌 점유율은 42.2%에서 2023년 41.5%로, 스마트폰은 19.7%에서 18.3%로 떨어진 것을 비롯해 TV, 스마트폰용 디스플레이 패널, 전장·오디오 부문 자회사인 하만의 디지털 콕핏까지 사업 전분야에 걸쳐 점유율이 하락했다. 특히 삼성전자의 버팀목 같은 반도체 사업의 지난해 연간 영업익 15조1000억으로 SK하이닉스(23조4673억원)에도 못 미쳤다.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도 여전히 발목 잡는 상황이다.  

삼성은 위기 극복 위해 임원들의 역할과 책임을 강화해야한다는 취지에서 지난달 말부터 전 계열사 부사장 이하 임원 대상으로 세미나를 진행했다. 전 계열사 대상 세미나는 2016년 이후 9년 만이다. 경기 용인에 위치한 인력개발원 호암관에서 종일 열린 세미나는 5개 강연으로 구성됐다. 3개 강연은 삼성 내부 인사가, 2개 강연은 외부 경영학과 교수 강연으로 진행됐다.  

세미나에 참석한 임원들에게 ‘위기에 강하고 역전에 능하며 승부에 독한 삼성인’이라고 새겨진 명함 크기의 크리스털 패가 주어졌다. 사진 삼성전자

세미나에 참석한 임원들에게 ‘위기에 강하고 역전에 능하며 승부에 독한 삼성인’이라고 새겨진 명함 크기의 크리스털 패가 주어졌다. 사진 삼성전자

 
세미나에 참석한 임원들에게는 ‘위기에 강하고 역전에 능하며 승부에 독한 삼성인’이라고 새겨진 명함 크기의 크리스털 패가 주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세미나에 참석한 한 임원은 “변화가 필요하다는 절박한 위기의식을 공유할 수 있던 자리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