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월 19일 새벽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소식에 격분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난입해 법원 현판을 훼손시켰다. 17일 서부지법은 이날 난동에 가담자 일부에 대한 첫 재판을 열었다. 뉴스1
지난 1월 19일 윤석열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에 반발해 서울서부지법에 난입한 혐의로 기소된 가담자 일부가 첫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이들은 법원 청사에 들어간 사실은 인정하지만, 특수건조물침입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 김우현)는 17일 오전 10시 특수건조물침입 등 혐의로 기소된 63명 중 20명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앞서 법원은 피고인 수가 많은 탓에 재판을 나눠서 하기로 했다. 지난 10일에는 23명이 첫 재판을 받았다.
이날 변호인들은 일부 피고인에게 적용된 혐의가 변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피고인 대부분이 이미 개방된 후문으로 진입했을 뿐이고, 그 과정에서 여럿이서 위력을 행사한 적도 없기 때문에 단순 건조물침입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수건조물침입죄는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한 경우에 해당한다. 일부 피고인은 “소화기가 분사된 것을 최루탄 발사로 착각해 법원 안으로 피신했다” “경광봉으로 경찰을 두 차례 때린 건 맞지만 의도는 없었다” 등 고의가 없었다는 주장도 펼쳤다.
한 변호인은 “검찰 측이 공소장을 지나치게 일률적으로 적시해 기소했다”며 “후문을 강제로 개방한 사람에 대한 공소사실과 그냥 들어간 사람의 공소사실 재정리를 해주시거나 공소장을 변경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후문을 강제로 개방한 사실과 피고인들이 경내로 들어간 방법을 명확히 하고, 이에 따른 공소장 검토를 하도록 검찰에 명하겠다”고 밝혔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피고인 측 주장에 대해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형량이 센 특수건조물침입죄를 피하기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주장한 것”이라며 “아주 터무니없는 주장은 아닌 것 같다”고 평가했다. 조범석 변호사(법률사무소 석상)는 “판례를 보면 ‘다중’의 의미를 다수의 인원으로 사람의 의사를 제압하기에 족한 세력을 지칭한다고 정의하고 있기 때문에 공모 여부와 무관하게 특수건조물침입죄가 인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날 녹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선 피고인의 연령대는 20·30대가 절반(10명)을 차지했다. 직업은 자영업자부터 교사까지 다양했다. 서울의 한 학력인정시설 교사 A씨(32)는 이날 보석 심사를 받았다. A씨의 변호인은 보석 심사에서 “폭력시위로 변질된 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당혹스러움으로 그 장면을 영상으로 촬영해 기록하고자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학력인정시설 교사는 교원 자격증이 필요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의 유·초·중·고교 교사와 다르며 공무원도 아니다. A씨의 소속 학교는 자체 징계위원회에서 징계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들의 변호인단 임응수 변호사가 17일 서울 마포구 한 빌딩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서부자유운동’ 변호인단은 이날 법원 인근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이 ‘MZ자유결사대’ 방장 이모씨에 대해 불구속으로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보수성향 청년 단체인 MZ 자유결사대 참여자 일부가 서부지법 난동 사태를 사전 모의하고 실행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서부자유운동 소속 임응수 변호사는 “(경찰이 MZ자유결사대에 대해) 대대적인 압수수색과 휴대폰 포렌식을 했지만 사전 공모 등을 하였다는 증거를 확보하는데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MZ자유결사대 단톡방 멤버 중 9명은 구속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