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위는 여야 합의 원칙" 신경전…연금 개혁 막판 진통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소득대체율 43%’라는 큰 산을 넘은 국민연금개혁안 협상이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여야는 국민의힘이 마지막 조건으로 내건 ‘특위 합의 처리 원칙’을 두고 다시 팽팽하게 맞섰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7일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민주당이 연금특위 구성에 있어 ‘합의 처리’라는 최소한의 원칙조차 거부하며 논의를 지연시키고 있다”며 “정략적 계산을 내려놓고 연금특위 구성에 즉각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잠시 후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대표는 “민주당이 소득대체율을 45% 안에서 43% 안까지 국민 불만과 저항을 감수하고 양보했다”며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양보하면 또 조건을 내걸고, 국정을 어린아이 장난하듯 하지 말길 바란다”고 날을 세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지난 14일 민주당이 국민의힘 요구 사안이었던 ‘소득대체율 43%’를 수용한다고 밝히며 여야 연금 개혁 협상은 타결이 목전인 것으로 보였다. ‘내는 돈’인 보험료율 13%에는 여야 이견이 없었기 때문에 사실상 가장 첨예한 쟁점이 해소된 셈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야당의 43% 수용을) 환영한다”던 여당이 추후 꾸리기로 한 국민연금 특위 구성안에 ‘여야 합의 처리’ 원칙을 명시해야 모수개혁안 처리에 나설 수 있다는 추가 조건을 내걸며 다시 줄다리기가 시작됐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1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보험료율ㆍ소득대체율 등을 정하는) 모수개혁 뿐 아니라 자동조정장치를 포함한 구조 개혁이 더 중요한 주제”라며 “연금특위 구성안에 ‘합의 처리’라는 문구를 빼겠다는 건 (더불어민주당이 개혁안을) 일방 처리하겠다는 건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향후 추가적인 연금 개혁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신경전이 시작된 것이다. 여당은 앞서 자동조정장치를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다가, 모수개혁 먼저 하고 이후 특위를 꾸려 자동조정장치까지 포함한 구조개혁을 하자는 야당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 문제에선 여당이 한 발 양보한 셈이다. 

하지만 ‘특위에서 합의 처리’ 문구가 없으면 특위 구성상 다수를 차지하는 야당이 구조개혁의 주도권을 차지할 수 있다는 우려가 국민의힘 내부에서 제기되면서 새로운 전선이 형성된 것이다. 여야는 앞서 연금 특위 구성 비율을 여당 6명, 야당 6명, 비교섭단체 1명으로 합의했다. 비교섭단체 몫 1명은 조국혁신당이 차지하게 된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여당 의원은 17일 중앙일보 통화에서 “(자동조정장치 빠진) 지도부 합의안에 대한 당내 반발이 너무 심하다”며 “특위에서는 자동조정장치를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소득대체율 43%를 수용하는 조건 중 하나로 내건 저소득층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지원도 정부와의 조율 과정이 길어지고 있다. 여당은 야당이 내건 조건을 정부와 논의하겠다면서도 “충분히 합의할 수 있는 수준”(김상훈 여당 정책위의장)이라고 봤는데, 민주당 복지위원은 17일 통화에서 “그 안에 대해 기획재정부가 부정적인 걸로 알고 있다”며 “기재부와 보건복지부가 오늘 아침까지 계속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복지부 관계자는 “협의가 되고 있고, 안을 만들어서 곧 국회에 보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위 문제가 여야 협상의 막판 장애물로 등장하면서 20일 본회의 처리는 불투명해졌다. 20일에 통과되려면 복지위가 18일 예정된 전체회의에 앞서 제2소위를 열어 법안을 심의해 전체회의에 보내야 되고, 이후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로 가야 하는데 현재 제2소위원장이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다. ‘합의 처리’ 문구에 대한 여야 합의 없이는 소위를 열 가능성이 작다. 야당 핵심 관계자도 17일 중앙일보 통화에서 “여야의 큰 틀 합의가 이뤄져도 법안을 만들 때 ‘디테일’들이 튀어나올 거라 20일 본회의는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단 여야 원내 지도부는 18일 오전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 회동에서 이 문제를 논의할 전망이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사건 선고 결과와 무관하게 “27일 본회의에 올리는 것도 불가능한 건 아니다”(민주당 관계자)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