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홈플러스 물품구매 전단채(ABSTB) 피해자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홈플러스는 “김병주 회장이 홈플러스 대주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소상공인 채권을 조속히 지급할 수 있도록 홈플러스에 재정 지원을 하기로 결심했다”며 “당사 매입 채무 유동화 관련해 증권사에서 발행된 유동화증권(ABSTB 포함) 투자자는 당사의 직접적인 채권자는 아니지만, 그 변제에 대한 최종 책임은 당사에 있으므로 해당 채권의 전액 변제를 목표로 관련 증권사와 함께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MBK는 2015년 홈플러스 인수 당시 ‘블라인드3호 펀드’를 통해 3조2000억원(우선주 7000억원 포함)의 자금을 조달했다. 이 펀드는 홈플러스 외에도 두산공작기계, 대성산업가스, 일본과 홍콩 기업 등 다양한 기업에 투자했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아직 매각이 이뤄지지 않은 홈플러스‧네파를 제외한 이 펀드의 내부수익률(IRR)은 20% 선이며 이 두 기업에서 손실을 봐도 15%는 유지될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업계에선 내부수익률이 7%가 넘으면 성공한 펀드로 본다.
하지만 MBK는 홈플러스를 통해서는 아직 이익을 얻지 못한 상황이다. MBK 같은 투자 운용사는 대개 운용보수와 성과보수를 가져간다. 2021년부터 3년 연속 연평균 2000억원의 손실을 기록한 홈플러스에서 MBK는 운용보수를 제대로 얻지 못했다고 한다. MBK측은 “인수한 이후 10년간 단 한 번도 배당이나 기타 어떠한 형태의 금원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결국 홈플러스를 매각해야 MBK는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중심으로 유통 산업이 재편되면서 매각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모건스탠리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홈플러스 기업형 슈퍼마켓(SSM) 사업부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만 떼어 내 매각하는 분할 매각을 추진했지만, 인수 후보자를 찾지 못했다.
이 때문에 유통업계에선 MBK가 ‘선제적 조치’로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이유로 매각을 위한 시간 벌이 목적이 있다고 꼽는다. 홈플러스의 금융부채 규모(4일 기준)는 2조500억원이다. MBK 측은 기업회생절차 신청으로 이유에 대해 “(기업회생절차를 밟는 동안) 70개 점포 임대료 월 400억원과 금융이자 상환이라도 유예되면 월 1000억원의 잉여 현금이 생기는 만큼 재무 구조를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김 회장의 사재 출연에 대한 구체적인 액수를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홈플러스는 “소상공인 거래처에 신속히 지급돼야 할 금액을 파악하고 그에 따라 규모가 정해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금융업계에서는 최소 5000억원 이상은 내놓을 것으로 본다. 당장 협력업체에 지급해야할 이자나 개인 투자자의 자금이 묶여 있는 자산유동화증권 등의 규모가 3500억원이다. 여기에 임직원 급여 등 고정 비용까지 고려하면 5000억원은 있어야 당장 발등의 불을 끌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국회 정무위원회는 18일 '홈플러스·MBK파트너스 사태'에 대한 긴급 현안 질의를 열고 김 회장 등 홈플러스, MBK 경영진을 증인으로 불렀다. 김 회장은 불출석 의사를 밝히며 "이미 투자가 완료된 개별 포트폴리오 회사(홈플러스)의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