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K가 참전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제2의 홈플러스’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려아연 노동조합은 지난달 20일 성명서에서 “홈플러스·딜라이브(케이블 TV업체) 등 MBK가 인수해 경영 실패한 사례가 고려아연에서 일어나지 말란 법이 없다”고 비판했다.
국내 기업 경영권 분쟁에 참여한 사모펀드의 입김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경쟁력이 있지만 저평가된 기업에 투자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이 사모펀드에 기대하는 역할이지만, 단순 지분 투자를 넘어 경영권 분쟁을 주도하는 모습도 잦아졌다.

문병국 고려아연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노조원들이 지난 1월 23일 오전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가 진행되는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영풍과 MBK파트너스 규탄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1
몸집 커진 사모펀드, 싸움 붙여 돈 번다
지배주주 2·3세로 경영권이 넘어가면서 ‘형제의 난’이라 일컫는 경영권 분쟁이 잦아진 환경도 사모펀드의 활동 반경을 넓혔다. 경영권 분쟁은 주가 단기 상승의 재료가 될 수 있어, 단기 이익 추구 성향이 강한 사모펀드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최고 60%에 달하는 상속세 부담으로 경영권 승계 대신 매각을 선택하는 지배주주가 늘어난 것 역시 사모펀드의 경영 참여가 적극성을 띄는 이유로 꼽힌다.
홍대순 광운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각종 규제와 사법리스크, 제조업 기피 등 한국의 경영 환경이 악화하다 보니, PEF에 회사를 매각하려는 2·3세 경영자도 늘고 있다”며 “최근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를 포함한 상법 개정안 통과로, 사모펀드의 주주 행동주의 성향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사모펀드의 경영이 기업 경쟁력 향상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가구·인테리어 기업 한샘은 2021년 IMM PE에 인수되기 전인 2020년, 5.7%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인수 뒤 2023년엔 -0.4%로 하락했다. 락앤락·롯데손해보험 등도 인수 전·후 수익성이 악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차준홍 기자
국내에선 ‘맹수’, 해외에선 꼬리 내리는 사모펀드
전문가들은 투자업의 특성상 ‘이윤 추구’라는 목적을 배제할 순 없지만, 사모펀드도 보다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대학 교수는 “사모펀드는 기본적으로 저평가한 기업의 경영 합리화, 지배구조 개선 등으로 모험자본으로서의 자본시장 내 메기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