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만의 구제역 전국 확산…전남은 81년 만에 뚫려 초비상

지난 17일 오전 구제역이 발생한 전남 무안군 한 한우 농장에서 방역당국 관계자가 출입 통제 안내판 너머로 이동하고 있다. 황희규 기자

지난 17일 오전 구제역이 발생한 전남 무안군 한 한우 농장에서 방역당국 관계자가 출입 통제 안내판 너머로 이동하고 있다. 황희규 기자

국내에서 22개월 만에 발생한 구제역이 인접 지역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지면서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백신 일제 접종 등 확산 차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18일 대구시에 따르면 시는 최근 전남 영암의 한우 사육농가에서 시작된 구제역의 전파방지를 위해 당초 4월부터 예정됐던 소·염소 상반기 백신 일제 접종을 앞당겨 지난 14일부터 추진하고 있다. 또 구제역 위기단계를 ‘주의’로 상향하고, 구제역 방역상황실을 24시간 운영하는 등 비상방역 체계에 돌입했다.

접종 대상은 관내 소·염소농장 902호에서 사육 중인 2만7207마리다. 돼지의 경우 사육 기간이 6개월로 비교적 짧기 때문에 양돈 농가에서는 기존 방식대로 분만 주기 등 농가별 사양 프로그램에 맞춰 연중 백신을 접종하면 된다.

또 백신 접종 여부 확인을 위해 백신 접종 후 항체 양성률 모니터링 검사를 해 항체 양성률이 소 80%, 염소 60% 미만인 부적합 농가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행정처분을 할 방침이다. 박기환 대구시 경제국장은 “백신 접종 후 부스팅 효과는 7일 정도 지나야 나오기 때문에 신속한 백신 접종이 차단 방역의 핵심이다”며 “축산농가는 경각심을 갖고 빠짐없이 백신 접종을 해달라”고 말했다.

경북 고령군은 지역 모든 우제류(소, 돼지, 염소, 사슴) 가축을 대상으로 구제역 긴급 백신접종을 실시한다고 18일 밝혔다. [사진 고령군]

경북 고령군은 지역 모든 우제류(소, 돼지, 염소, 사슴) 가축을 대상으로 구제역 긴급 백신접종을 실시한다고 18일 밝혔다. [사진 고령군]

‘구제역 청정 지역’이라고 불렸던 전남에 2023년 이후 국내 첫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해당 지자체는 물론 인접 지자체들도 긴급 백신을 접종하며 유입 차단에 나서고 있다. 전남의 경우 1934년 국내 구제역 발생 이후 처음으로 구제역이 확인됐다. 지난 13일 전남 영암에서 첫 발생한 이후 이날 기준 순식간에 구제역 발생 농가가 8곳(영암 7건, 무안 1건)으로 늘었다. 


방역당국은 최근 한 사료 차량이 500m 떨어진 농장과 최초 구제역이 발생한 농장을 함께 오간 것을 확인하면서 바이러스가 차량을 통해 전파된 것으로 보고 있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이동 제한구역 내에서 구제역이 발생해 정확한 감염 경로 등을 파악하고 있다”며 “지난 14~15일 백신 접종을 모두 마친 농장에서 추가 발생했기에 접종 전 구제역에 걸렸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오는 22일까지 전남 22개 모든 시군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영암과 무안 등 구제역 발생 농장으로부터 10㎞ 이내는 접종을 모두 마친 상태다. 

지난 17일 전남 영암 가축경매시장에서 영암축협 직원이 구제역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7일 전남 영암 가축경매시장에서 영암축협 직원이 구제역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북도는 구제역 예방 및 확산 방지를 위해 우제류 농장에 대해 일시 이동 중지(Standstill) 명령을 발령하고, 소·염소 53만 6000여 마리 대상 백신 접종을 지난 14일부터 앞당겨 진행하고 있다. 경남도 역시 다음 달 1일로 예정된 백신 일제 접종을 소·염소 농가를 대상으로 진행 중이다.

사육 소(76만5000여 마리)가 전국에서 가장 많고, 돼지도 127만2000여 마리로 전국 4위 규모인 경북도는 구제역 바이러스 유입 방지를 위해 지난달 종료한 구제역 방역상황실 운영을 재개했다. 소·염소를 대상으로 한 상반기 일제 접종은 오는 22일까지 완료하기로 했다. 또 축산농가에 행사와 모임을 금지하고 농장 출입 시 가축·사람·차량 등에 대한 소독을 철저히 하도록 지도하고 있다.

2016년 3월 이후 9년 동안 구제역 비발생을 유지 중인 충남도도 지역 소·염소 농가 1만4000호에서 사육 중인 55만여 마리를 대상으로 백신 접종을 지원하고 있다. 50마리 미만의 소 사육 농가와 300마리 미만의 염소 사육 농가는 공중방역수의사가 직접 접종하고 그 외 전업농가는 자체적으로 접종을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