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기상기구 “지난해 지구 온도 1.55도 올라…기후난민 최다”

칠레 라우타로 인근에서 산불이 확산하면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칠레 라우타로 인근에서 산불이 확산하면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전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1.55도 상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80만 년 지구 역사상 가장 높았다.

세계기상기구(WMO)는 19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24 세계 기후 현황’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지구 평균 지표면 온도는 산업화 이전 대비 1.55±0.13도 상승했다. 이는 지난 175년 기상 관측 역사상 가장 높은 수치다. WMO는 “2015~2024년은 기록적으로 가장 따뜻한 10년이었고, 전지구 지표면 온도는 2024년 기록을 경신했다”고 했다.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상 오른 건 지난해가 처음이다. 1.5도는 국제사회가 2015년 파리 기후변화 협약에서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합의한 마지노선이다.  

셀레스트 사울로 WMO 사무총장은 “1.5도 이상의 온난화가 1년에 한 번 발생한다고 해서 파리 협정의 장기적인 온도 목표가 달성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다”면서도 “이는 우리가 우리의 삶과 경제, 지구에 대한 위험을 증가시키고 있다는 경각심을 일깨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변화 지표 정점 찍었다

그린란드 누크의 마을 앞에 얼음이 떠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린란드 누크의 마을 앞에 얼음이 떠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기후 변화를 가속하는 지표도 일제히 정점을 찍었다. 대기 중 주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와 메탄, 아산화질소는 지난 80만 년 역사상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바닷속 열에너지 총량을 뜻하는 해양 열 함량은 65년 관측 기록상 가장 높았고, 지난 20년 동안의 해양 온난화 속도는 과거(1960~2005년) 대비 2배 이상을 빨라졌다. 

이렇게 바다가 달궈지면서 해빙(바다얼음)이 줄고 해수면은 빠르게 상승했다. 지난해 전지구 평균 해수면 고도는 위성 관측(1993년) 이후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최근 10년간 해수면은 연간 4.7㎜ 속도로 상승했는데, 이는 1993~2002년의 속도(2.1㎜/yr)의 두 배 수준이다. 북극 해빙 면적은 과거 18년 기록 중 가장 작았고, 남극 해빙 면적 역시 1979년 관측 이래 각각 2번째로 줄어들었다. 

기후난민 급증 “지구 위기 신호 보내”

2024년 9월 나이지리아 마이두구리에서 댐 붕괴로 주택과 건물이 부분적으로 물에 잠겼다. AP=연합뉴스

2024년 9월 나이지리아 마이두구리에서 댐 붕괴로 주택과 건물이 부분적으로 물에 잠겼다. AP=연합뉴스

기후변화로 각종 기상이변 현상이 빈번해지면서 ‘기후 난민’은 급증했다. 보고서는 “2024년 극심한 기상이변으로 인해 2008년 이후 가장 많은 연간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주택과 주요 인프라, 농지, 생물 다양성이 파괴됐다”고 했다.

미국에서는 10월에 허리케인 헬렌과 밀턴이 플로리다 서부 해안에 상륙해 200명 이상이 숨졌다. 2005년 카트리나 이후 미국 본토에서 발생한 허리케인 중 가장 많은 사망자 수다. 모잠비크에서는 열대성 사이클론인 치도로 인해 1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또한 가뭄과 높은 식량 가격 등의 영향으로 18개국에서 식량 위기가 악화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구가 더 많은 위기 신호를 보내고 있다”며 “세계 지도자들은 올해 새로운 국가 기후 계획을 통해 청정 재생 에너지의 혜택을 자국민에 제공하고 장기적인 지구 온도 상승 폭을 1.5도로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