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를 저지·방해한 혐의를 받는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이 구속 갈림길에 섰다. 두 사람이 구속 여부를 놓고 법원의 판단을 받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서부지법은 21일 오전 10시30분 특수공무집행방해 및 대통령경호법상 직권남용 혐의 등을 받는 김 차장과 이 본부장에 대해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었다. 이들에 대한 구속 여부는 이날 밤늦게 결정될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 체포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이 21일 서울 마포구 서울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김 차장은 이날 오전 10시1분, 이 본부장은 오전 9시53분쯤에 각각 정장 차림으로 법원에 출석했다. 유튜버와 지지자들은 김 차장과 이 본부장을 향해서 “김성훈 힘내라”, “경호처는 무죄다” 등을 큰소리로 외쳤다. 김 차장에 대한 영장심사는 1시간20분가량 진행됐고, 이 본부장에 대한 심사가 이어서 진행됐다.
김 차장은 법원에 출석하면서 윤 대통령의 지시로 체포 영장 집행을 저지했다는 의혹에 대해 “어떤 지시가 아니라 법률에 따라서 경호 임무를 수행한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경호처 내 보안 휴대전화(비화폰) 서버 삭제 지시 의혹에 대해선 “비화폰은 보안 업무 규정과 정보통신 업무 규정에 의해 분실·개봉되거나 제삼자의 손에 들어갔을 경우 번호를 교체하거나 보안 조치를 해야 하므로 보안 조치를 강구한 것이지 삭제하란 지시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 체포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 이광우 대통령경호처 경호본부장 이 21일 서울 마포구 서울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윤 대통령이 총기 사용을 지시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김 차장은 “체포 영장 집행 저지는 1월 3일에 있었고, 대통령과 문자를 주고받은 것은 1월 7일”이라며 “어떻게 미래에서 과거를 지시할 수 있는가”라고 주장했다. 김건희 여사가 윤 대통령 체포 직후 총기 사용을 언급하며 질책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고 대통령실에서 이미 밝혔다”고 했다.
김 차장은 지난 1월 7일 대통령과 보안 메신저 ‘시그널’로 대통령과 나눈 문자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김 차장은 “당시 박종준 전 경호처장이 엄중한 시기에 휴가를 갔기 때문에 경호 책임자가 부재했다”며 “다음 책임자인 내게 국가 원수의 안전만을 생각하라고 원론적인 얘기를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충성을 다해 숭고한 임무를 수행하겠다고 답한 게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 차장은 “처벌이 두려워서 그 임무(대통령 보호)를 소홀히 한다면 경호처의 존재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그 과정에서 저는 적법한 조치를 위해 사전에 경고했고 규정에 따라서 임무를 수행했다. 그 부분을 적극적으로 변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본부장은 취재진 질문에 따로 답하지 않았다.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열리는 서울서부지법에 21일 오전 김홍일 변호사가 들어서고 있다. 뉴스1
이날 심사에선 윤 대통령 체포영장의 적법성에 대해서도 다뤄질 예정이다. 앞서 김 차장 측은 “경호처 간부들의 행위는 정당 행위로, 위법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공수처의 체포영장이 적법하지 않았던 만큼 혐의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경찰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구속영장 신청서를 통해 “법원에서 7차례 판단을 받은 적법한 영장 집행이었다”는 취지로 의견을 냈다. 경찰은 ‘비화폰 통화 기록을 삭제하라는 상부 지시가 있었다’는 경호처 관계자의 진술 등을 통해서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는 점을 강조할 계획이다.
법원이 김 차장과 이 본부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면 경찰의 비화폰 서버 수사는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두 사람은 ‘군사상·공무상 비밀이 있을 경우 기관 승낙 없이는 압수수색을 할 수 없다’는 형사소송법 110조와 111조를 근거로 그간 경찰과 공수처의 경호처 압수수색을 막아왔다.
앞서 경찰은 서울서부지검에 두 사람에 대한 구속영장을 각각 세 차례·두 차례 신청했지만, 검찰에서 기각됐다. 하지만 지난 6일 열린 서울고검 영장심의위원회는 6대 3 의견으로 김 차장 등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한다는 결론을 냈다. 이에 경찰은 지난 17일 다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검찰은 이튿날 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