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전시권한 동원해 광물확보 총력전…“우크라와도 곧 광물협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교육부 폐지를 추진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해당 문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교육부 폐지를 추진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해당 문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주요 광물 생산을 촉진하기 위해 즉각적 조치를 지시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특히 광물 생산 확대를 위해 전시나 국가비상사태 때 쓰이는 국방물자생산법을 동원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광물전쟁’을 본격화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행정명령을 통해 “미국의 국가ㆍ경제 안보는 적대적 외국 세력의 광물 생산에 대한 의존으로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며 “국내 광물 생산을 최대한 촉진하는 것이 국가 안보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국방물자생산법(DPA)에 의해 부여된 대통령 권한을 국방부 장관에게 위임한다”며 “국방장관은 미국 내 광물 생산에 필요하거나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전략 자원 생산ㆍ촉진을 위해 DPA 303조에 따른 권한을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대통령 권한을 위임받은 국제개발금융공사(DFC) 최고경영자(CEO)는 DPA 301ㆍ302ㆍ303조에 따른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고 했다.

DPA는 1950년 한국전쟁 당시 해리 트루먼 대통령이 전시 또는 국가비상사태에 필수 물자의 안정적 생산ㆍ공급을 보장하기 위해 제정한 법이다. 급박한 상황에서 예외적으로 폭넓은 권한을 부여하는 일종의 비상조치다.

DPA 301ㆍ302ㆍ303조는 각각 정부의 특정 물자 우선 생산 요구권, 특정 물자 공급망 조사 및 모니터링 권한, 특정 물자 생산 확대를 위한 재정 지원 권한 등을 담고 있다. 트럼프 집권 1기 때인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의료용 마스크 및 백신 생산업체 자금 지원을 위해 DPA 303조가 적용된 바 있다. 2021년 반도체 공급난 사태 때는 당시 조 바이든 행정부가 DPA 302조를 근거로 주요 반도체 기업에 생산ㆍ공급망 데이터를 요구한 적이 있다.


이번 행정명령은 또 정부가 광물 채굴ㆍ가공ㆍ정제 확대를 위한 인허가를 신속하게 처리하고 광물 매장이 추정되는 국유지 이용ㆍ개발을 더욱 원활하게 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미국은 일부 주요 광물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나 상당수 광물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미국은 50여 종의 광물 중 최소 15종의 핵심 광물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전기차ㆍ스마트폰 등 첨단 기술 산업의 필수 원료인 희토류는 70% 이상을 중국에서 공급받고 있다.

천연 흑연의 미국 내 생산은 거의 이뤄지지 않아 소비량의 33%를 중국에서 수입하며, 리튬ㆍ코발트 등 광물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형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서명한 행정명령은 주요 광물의 국내 생산을 확대해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를 막고 국가ㆍ경제 안보를 강화하려는 조치로 분석된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두 번째)이 워싱턴 DC 백악관을 방문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오른쪽 두 번째)을 환영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두 번째)이 워싱턴 DC 백악관을 방문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오른쪽 두 번째)을 환영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와의 광물협정 체결이 임박했다고도 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희토류는 엄청난 가치를 지니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와 희토류 광물협정에 곧 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중재 중인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 협상과 관련해서는 “우리는 우크라이나, 러시아와 매우 잘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은 지난달 28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방미 때 양국 간 광물협정에 서명하려 했다가 두 정상이 휴전 협상에 대한 이견으로 공개 충돌하면서 협정 체결이 무산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