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앞 도보 출입 막았더니…주변 '뺑뺑이 車시위'까지 등장

21일 오전 10시 30분쯤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으로 진입하려는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을 경찰이 통제하고 있다. 이아미 기자

21일 오전 10시 30분쯤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으로 진입하려는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을 경찰이 통제하고 있다. 이아미 기자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앞두고 장고에 들어간 가운데 21일 서울 종로구 헌재 앞은 갈등 상황이 한층 격화된 양상이다.

이날 경찰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1인 시위를 하던 헌재 정문 맞은편 도보 출입을 통제하고, 차 벽을 이중‧삼중으로 세웠다. 이에 일부 지지자들은 차를 타고 헌재 주변을 돌면서 확성기로 구호를 외치는 ‘뺑뺑이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경찰은 전날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향한 계란 투척 사건 등 돌발 상황이 잇따라 발생함에 따라 헌재 주변 경계를 강화했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백 의원에게 계란을 던진 피의자를 특정하기 위해 폐쇄회로(CC)TV 등을 확인하고 있고, 던져진 계란에 대해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감정을 의뢰했다. 또한 전날 이재정 의원을 폭행한 혐의를 받는 60대 남성 A씨에 대해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전날 오후 늦게 헌재 인근에선 탄핵 찬성 측 시위자를 폭행한 혐의로 탄핵 반대 시위를 벌이던 여성 B씨가 경찰에 현행범 체포됐다.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1인시위를 벌이던 헌재 앞 도보에 바리케이드와 경찰 통제선이 쳐져 있다. 이아미 기자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1인시위를 벌이던 헌재 앞 도보에 바리케이드와 경찰 통제선이 쳐져 있다. 이아미 기자

 
경찰은 전날 헌재 앞 일부 시위대를 강제 해산 조치한 데 이어 이날은 오전부터 손팻말이나 태극기 등을 든 이들의 출입을 막았다. 출입 통제선마다 경찰과 윤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 실랑이가 벌어졌다. 한 남성이 “신분증을 보여줬는데 왜 못 들어가게 하냐”고 언성을 높이자, 경찰은 “또 그런 상황(계란 투척)이 생길 수 있어서 그렇다”고 말했다. 헌재 앞까지 진입하지 못한 지지자들은 헌재 인근 재동초등학교 앞과 안국역 일대에 몰려 “탄핵 각하” 구호를 외쳤다.

일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헌재 인근 통행이 제한되자 차를 타고 헌재 주변을 돌며 구호를 외쳤다. 이날 오전 10시 30분쯤 안국역 사거리에서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한 유튜버가 운전하는 검정 스타렉스 한 대를 교통경찰이 막아섰다. 해당 유튜버는 사거리 한가운데 차를 세워두고 약 10분간 경찰과 말싸움을 벌였다. 그는 헌재 앞 북촌로로 진입해 스피커로 “탄핵 각하”를 연신 송출하며 주변을 돌았다.


21일 오전 10시 30분쯤 서울 종로구 안국역 사거리, 윤 대통령 지지 유튜버가 운전하는 검정 승합차가 헌재 앞 북촌로에 진입하는 것을 교통경찰이 막아서고 있다. 이아미 기자

21일 오전 10시 30분쯤 서울 종로구 안국역 사거리, 윤 대통령 지지 유튜버가 운전하는 검정 승합차가 헌재 앞 북촌로에 진입하는 것을 교통경찰이 막아서고 있다. 이아미 기자

 
국회의원들의 장외 여론전도 계속됐다. 국민의힘 주호영‧김기현‧나경원 의원 등은 헌재 앞에서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탄핵 기각·각하를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릴레이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의 조속한 결론을 요구했다. 경복궁 동십자각 인근에선 임미애‧이재강‧권향엽‧양문석 의원 등이 윤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을 이어갔다.

21일 오전 11시 30분쯤 서울 종로구 동십자각 인근에서 임미애‧이재강‧권향엽‧양문석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이아미 기자

21일 오전 11시 30분쯤 서울 종로구 동십자각 인근에서 임미애‧이재강‧권향엽‧양문석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이아미 기자

 
헌재 인근 행인‧자영업자‧외국인 관광객은 불편과 불안감을 호소했다. 시위대와 경찰의 통제로 인해 통행이 어려워졌을 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양측 간 거친 언쟁과 욕설이 오가면서 긴장감이 더욱 고조됐기 때문이다.

 
안국역 2번 출구에서 친구와 함께 나온 김모(27)씨는 “미술관에 가려고 안국에 왔는데, 내리자마자 고성과 욕설이 들리는 게 당황스럽다”며 “점심에 헌재 앞 식당에 가려고 했는데 경찰이 출입을 막고 있는 것 같아서 장소를 바꿔야 하나 싶다”고 말했다. 브라질 국적 관광객 마테우스(32)는 “욕설이 들려 소란스럽기는 하지만 경찰이 보호해 준다는 느낌은 있다”며 “브라질에선 극우 정권이 들어섰을 때 브라질 국기와 미국 국기가 함께 등장했는데, 여기서도 미국 국기가 많이 보여서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헌재 앞에서 디저트 가게를 운영하는 20대 박모씨는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헌재 인근 식당 점주들의 정치적 성향을 추측해 만든 ‘불매 리스트’와 ‘소비 권장 리스트’를 언급했다. 박씨는 “시위 참여자들이 가게에 들어와서 다짜고짜 ‘시위 때문에 매출에 도움이 되냐, 안 되냐’를 묻고 간다”며 “계란 테러 이후 출입 통제가 더 심해져 하루 매출이 더 떨어졌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