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런 실익도 없는데 대체 왜"…최상목 탄핵안, 야당 내서도 비판

 
더불어민주당 등 야 5당이 21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지난해 12월 27일 권한대행이던 한덕수 국무총리의 직무를 중단시킨지 84일 만에 다시 제출된, 윤석열 정부 들어 30번째 탄핵안이다.

 
탄핵안엔 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의원 188명이 이름을 올렸다. 탄핵 사유로는 ▶12·3 비상계엄 묵인·방조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와 마용주 대법관 후보자 미(未)임명 ▶내란 상설특검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은 점 등을 열거했다. 김용민 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헌법재판소가 ‘마은혁 재판관을 임명하지 않는 게 위헌’이라고 전원 일치로 판결했음에도 최 대행은 이를 3주째 따르지 않고 있다”며 “헌재 능멸 행위를 바로잡기 위해 탄핵안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정춘생 조국혁신당, 윤종오 진보당 의원(오른쪽부터)이 21일 국회 의안과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제출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용혜인 기본소득당,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정춘생 조국혁신당, 윤종오 진보당 의원(오른쪽부터)이 21일 국회 의안과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제출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전날까지만 해도 최 대행 탄핵안을 제출하기 어려울 거란 관측이 많았다. 전날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가 “탄핵 절차를 개시하겠다”고 선언했지만 헌재가 곧바로 한덕수 총리 탄핵 사건 선고일을 24일로 공지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헌재가 24일 한 총리를 복귀시키면 최 대행의 직무를 정지시켜도 마 재판관이 임명되지 않는다”며 “아무런 실익이 없으니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수도권 의원)는 주장이 나왔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와 박찬대 원내대표가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임현동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와 박찬대 원내대표가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임현동 기자

 
하지만 민주당은 이날 탄핵 추진을 강행했다. 명분은 ‘헌법 수호’였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가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공동체가 합의한 최고 규범, 헌법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며 “헌재가 판결로 확정한 헌법재판관 임명 의무를 3주째 무시하고 있는데, 헌법을 지켜야 하는 최고 공직자가 헌법을 무시하면 나라 질서가 유지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헌재가 ‘선입선출’(先入先出·사건 접수 순서대로 결정)을 깨 예측 가능성이 사라진 상황에선, 유불리를 떠나 원칙대로 대응하는 게 맞는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이날 최 대행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도 고발했다. 10년 전 ‘최순실 게이트’ 관련 뇌물 혐의다. 박균택 당 법률위원장은 “최 대행은 2015년 박근혜 정부 청와대 금융정책비서관으로 재직하면서 미르재단 설립을 목적으로 16개 그룹으로부터 총 486억원의 출연금 공여를 받아냈다”며 “당시 전경련 관계자에게 ‘아직도 출연 약정을 하지 않은 그룹이 있느냐. 그 명단을 달라’고 화를 내며 독촉했다”고 주장했다.


그간 민주당 내부에선 주로 ‘탄핵 역풍’을 우려하는 이들이 탄핵의 대안으로 최 대행 형사 고발을 주장해 왔다. “탄핵 남발 프레임에 걸리느니, 형사 고발이 깔끔하다”(중진 의원)는 논리였다. 지난 19일 밤 2시간 넘게 진행된 의원총회에서도 탄핵 반대 의견이 우세했다. 그런데도 지도부가 탄핵과 형사 고발을 동시에 추진하자, 당내에선 “왜 한 번에 모든 카드를 써버리냐”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당 재선 의원은 “예전엔 의총에서 3~4명만 반대해도 중단했는데, 지도부가 이렇게 강행하는 건 이례적”며 “줄탄핵이 국민께 책임감 없는 모습으로 비칠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실제 비명계는 공개적으로 비판 목소리를 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실익은 적고, 국민의 불안은 가중시키게 된다”며 “우리 민주당은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시기 경제 사령탑의 탄핵 추진이 가져올 후과를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썼다. 김동연 경기지사도 이날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불안정한 국정운영 상황에서 (최 대행 탄핵이) 가장 바람직할 길일까에 대해 다소 회의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여권은 거세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최 대행 개인에 대한 겁박을 넘어, 나라 전체를 결딴내겠다는 의도와 다름없다”며 “전과 4범 이 대표가 국정을 파괴하는 테러리즘의 길로 완전히 접어들었다”고 비판했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경제부총리 탄핵은 경제를 포기한 것과 같다”며 “이제 누가 진짜 ‘내란 세력’인지 묻는 국민의 질문에 민주당이 답할 때”라고 했다.

여권의 잠룡도 “자기 개인 범죄를 방탄하고 대통령 한번 해보겠다고 온 나라를 다 흔들고 있는 꼴”(나경원 의원), “방탄조끼 입고 장외집회 나갔다가 삼성 이재용 회장 만나 쇼하고 돌아서서는 경제사령탑을 또 탄핵한다”(유승민 전 의원), “협박이 통하지 않자 국민의 삶을 볼모로 대한민국을 묶어놓는 이 대표야말로 가장 위험한 사람”(한동훈 전 대표), “이재명도 의회 테러를 이용해서 내란을 획책하고 있다”(홍준표 대구시장)고 일제히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최 대행 고발에 대해선 맞고발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당 법률위원장을 맡고 있는 주진우 의원은 “마 후보자를 임명하도록 협박·강요함으로써 탄핵 재판의 결과를 조작하려는 시도”라며 이 대표 등을 강요죄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한 총리 탄핵 때는 찬성표를 던졌던 개혁신당도 이번엔 반대했다. 이준석 의원은 페이스북에 “경제 불안정성은 안중에도 없나. 누가 불안해하는 이 대표에게 심리상담 좀 해달라”고 적었다. 

최 대행 측은 “엄정한 대내외 환경에서 국정안정과 대외신인도 관리에만 집중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최 대행은 이날 오후 전북 새만금 이차전지 첨단특화단지를 방문해 “핵심 광물 재자원화 산업 활성화와 이를 통한 공급망 안정화를 다각도로 지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