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용산구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뉴시스
지난해 8월 오세훈 서울시장이 한 얘기다. 정부의 ‘8.8 부동산 대책’ 발표 다음 날이었다. 당시 오 시장은 이를 ‘플랜B’라고 표현했다.
이 발언은 7개월이 흐른 지난 19일 현실화됐다. 정부와 서울시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 전체를 오는 24일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으로 지정하면서다. 서울시가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동)’의 토허제 빗장을 푼 지 34일 만이다. 토허제 해제 여파로 집값 과열 양상이 나타나자 7개월 전 검토했던 플랜B를 꺼낸 꼴이다. 이로써 용산구는 강남 3구와 함께 기존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과 더불어 토허제까지 '3중 규제'를 받게 됐다.

차준홍 기자
용산구 집값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오른 것은 맞다. 부동산 R114에 따르면 용산구 아파트의 올 1월 평균가격(21억9880만원)은 전고점인 2022년 5월 대비 111%로 나타났다. 성동구(15억466만원)와 마포구(13억9678만원)의 회복률은 각각 105.6%, 98.1% 수준이다.
중앙일보가 부동산 분석업체 리치고 자료를 바탕으로 자체 분석한 결과에서도 용산구의 1월 시세는 전고점 대비 99.2%의 회복률을 보였다. 마포구는 97.1%, 성동구는 95.8%였다.

차준홍 기자
하지만 올 들어 거래량은 마포·성동이 용산보다 더 늘었다. 서울부동산광장에 따르면 21일 실거래 신고 기준으로 용산구의 1~2월 아파트 거래량은 202건으로 직전 두 달 대비 62.9% 늘었다. 같은 기간 마포(488건)는 79.4%, 성동(545건)은 74.7% 증가했다. 또한 용산구의 올해 공시가격 증가율은 10.51%로 성동(10.72%)보단 낮고 마포(9.34%)보다는 높았다.

차준홍 기자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7월 용산구의 갭투자 비율은 66.5%로 서울 내에서 가장 높았다. 성동(43.5%)과 마포(41.2%)는 물론 서초(51.6%), 강남(50.5%)보다도 높은 비율이다.
또한 용산구 내에는 기존에도 토허제에 묶여 있던 지역이 여럿 있다. 용산정비창 개발사업구역과 인접한 한강로 1~2가, 용산동 3가, 원효로 4가 등이다. 신속통합기획(재개발) 예정지인 후암동 일대도 토허제에 묶여 있다. 용산구 내에서 아파트 밀집도가 가장 높은 이촌동은 지난해 5월 토허제에서 해제됐다가 이번에 재지정됐다.

용산국제업무지구 조감도. 서울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