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 뉴스1
“자식같이 어린 의대생들이 절벽 끝에 서있는데 선배 의사들은 ‘잘 싸운다’고 내몰고 있다. 이들의 피해를 책임지지 못 할거라면 이제는 그만 돌아가라 말해야 한다.”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은 24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과 대한의사협회(의협) 대의원회 단체 카톡방에 이런 취지의 글을 올렸다. 정부의 2026년도 의대 증원 동결 선언에도 의협을 비롯 의대생ㆍ전공의 단체가 꼼짝하지 않고 있다. 의협 내부에서 공개적으로 의대생을 복귀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건 처음이다. 그는 “김택우 의협 회장은 석달간 정부를 상대로 협상도, 투쟁도 아무것도 하지않고 ‘탕핑(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있다는 뜻의 중국 신조어)’만 하고 있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하는 이 회장과의 일문일답.
의협 내부에서 이런 목소리가 나온건 처음이다.
“이날 아침 의사들이 모인 단체 카톡방마다 ‘의대생 상당수가 복귀했다’는 뉴스는 가짜 뉴스라는 글이 도배됐다. 의대생들에게 ‘잘 싸우고 있다’면서 부추긴다. 선배 의사들은 아무런 희생도 하지 않고 투쟁도 하지 않으면서 어린 학생들만 사지로 내모는걸 더는 참을 수 없었다. 특히 김 회장과 의협 집행부는 문제 해결의 골든타임인 지난 3개월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내부 소통도 하지 않는다. 의협의 구체적인 대안이 뭔지, 로드맵이 뭔지 16개 광역시ㆍ도 의사회나 의협 대의원회는 전혀 모른다.”
한 주 내로 전국 의대 등록이 마감된다. 이미 제적 절차에 돌입한 의대가 나온다.
“의대생들이 많이 떨고 동요하고 있다. 대규모 제적 사태가 현실화한다면 의대생들 인생에 돌이키기 힘든 피해가 된다. 의대생들만 최전선에 남겨져 의대증원 뿐 아니라 선배 의사들의 문제인 필수의료패키지 등을 짊어지고 외로운 투쟁을 하고 있다. 의사 배출이 2년 연속 중단되면 개인 피해 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막대한 피해가 된다.”
의협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는데
“의협은 대화도, 싸움도 하지 않고 있다. 정부더러 ‘대책을 가져와라’ 요구하고 정부가 정작 대책을 발표하면 ‘그 정도로는 안된다’고 비판만 한다. 대안을 제시하지도 않는다. 의협이 얼마전 기자 간담회에서 의대생 복귀에 대해 ‘각자의 판단을 존중하겠다’고 했다. 실컷 학생들을 전쟁터 맨 앞에 내몰고 그 뒤에 숨어 있어 놓고는 복학은 개인의 선택이라면서 책임을 회피하려하는 것 아니냐.”
의협 집행부가 어떻게 하길 바라나
“정부를 상대로 투쟁할건 투쟁하고, 협상할건 협상해야 한다. 의협이 1년 동안 손 놓고 있는 사이에 의대생과 전공의들은 큰 피해를 감당하고 있다. 간호법, 필수의료패키지 등이 추진되는 동안에도 아무것도 안했다. 이제 더 큰 피해가 생기기 전에 결론을 내야 한다. 정부는 이미 내년도 모집인원을 동결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런데도 ‘이대로는 의대생 교육이 안되니 다른 답을 가져와라’라고만 말한다. 의협도 자기들이 생각하는 대안과 요구조건을 내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