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플러스 사태' 피해자들이 21일 서울 여의도 현대카드 본점 앞에서 피해 회복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23일 발표한 ‘기업 부실예측분석을 통한 2024년 부실기업 진단’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외부감사를 받아야 하는 외감 기업(금융업 제외) 3만7510곳의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4466곳(11.9%)이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질 수 있는 '부실기업'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부실기업 숫자는 1년 전보다 116곳 늘었다. 2019년 이후 가장 많았다. 조사 대상 기업에서 부실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최대였다. 구체적으로 2019년 2508곳(비중 7.9%)→2020년 3077곳(9.2%)→2021년 4012곳(11.2%)→ 2022년 3856곳(10.8%)→2023년 4350곳(11.6%)→2024년 4466곳(11.9%)으로 집계됐다.

김영옥 기자
업종별로는 부동산·임대업(24.1%)의 부실 확률이 가장 높았다. 이어 전기·가스·수도(15.7%), 보건·사회복지서비스(14.2%), 예술·스포츠·여가 서비스(14.0%) 순이었다. 2019년 대비 부실 확률이 상승한 정도는 건설업이 가장 컸다. 2019년 3.3%에서 2024년 6.1%로 5년 새 1.9배 규모로 급등해 ‘경고등’이 켜졌다.
그나마 조사 대상 기업들은 덩치가 큰 회사다. 외감 기업 기준은 ▶직전 연도 자산 120억원 이상 ▶부채총액 70억원 이상 ▶매출액 100억원 이상 ▶종업원 100명 이상 중 2가지 이상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영세 중소기업은 상황이 더 나쁠 수 있다는 얘기다. 박용민 팀장은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을 내리고, 유동성을 지원해 부실에 빠질 위험을 줄여야 한다”며 “원활한 사업 재편을 막는 상법 개정안도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 사태는 대기업조차 부실 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상징적 전조다. 홈플러스 외에도 올해 들어 신동아건설과 대저건설·삼부토건 등 건설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2차전지(LG에너지솔루션), 석유화학(SK이노베이션) 같은 한국의 주력 대기업도 최근 1년 새 신용등급이 떨어졌다. ‘4월 위기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홈플러스 법정관리 신청 등 사태가) 신용 전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하지만 건설 등 업황이 부진한 업종에서 경계감이 확산하고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