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美콜롬비아대 학생, 추방 위기…"반전시위 갔을 뿐"

지난해 4월 미국 컬럼비아대 캠퍼스 농성 텐트촌. 연합뉴스

지난해 4월 미국 컬럼비아대 캠퍼스 농성 텐트촌. 연합뉴스

 
지난해부터 미국 대학가를 휩쓴 가자전쟁 반전시위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컬럼비아대에 재학 중인 한인 학생 정모(21)씨가 추방 위기에 놓였다. 정씨는 영주권자인 자신을 추방하려고 시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시도가 부당하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관계부처 장관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정씨가 24일(현지시간) 뉴욕 남부연방법원에 제출한 소장에 따르면 미국 아이비리그 명문 컬럼비아대 3학년인 정씨는 지난해 이후 반전시위 참가 이력과 관련해 이민세관단속국(ICE)으로부터 추적을 받고 있다. 정씨는 7세에 부모와 함께 미국으로 이주했으며, 영주권자 신분으로 미국에 합법적으로 체류 중이다. 

정씨는 컬럼비아대에서 벌어진 가자전쟁 중단 촉구 친(親)팔레스타인 시위에 참여했지만, 대언론 성명을 작성하거나 시위를 주도한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다만 정씨는 다른 학생들과 함께 '대량학살 공모 혐의로 수배'라는 문구가 적힌 대학교 이사회 이사진의 사진 전단을 게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씨가 미 당국의 타깃이 된 것은 이달 5일 컬럼비아대에서 대학본부를 상대로 시위 참가자들이 "징계 반대"를 외친 이후인 것으로 보인다. 정씨는 이날 다른 시위대와 함께 뉴욕경찰에 체포됐다가 풀려난 뒤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소환장을 발부받았다. 

하지만 이후 경찰이 아닌 ICE 요원들이 정씨에 대한 체포 및 구금을 시도했다. ICE 요원들은 지난 8일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9일 정씨의 부모 자택을 방문했다. 미 당국은 지난 10일 정씨의 변호인에게 정씨의 체류 신분이 취소됐다고 통보했다. 13일에는 정씨를 찾기 위해 컬럼비아대 기숙사를 수색하기도 했다. 현재 정씨는 미 당국에 의해 체포되지 않은 상태라고 NYT는 전했다. 


정씨는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 소장에서 "비(非)시민권자의 정치적 견해 표현이 현 정부 기조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민당국의 구금 및 추방 위협이 처벌 수단으로 쓰여선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미 당국은 팔레스타인 시위 주도 전력이 있거나 시위에 참가한 대학생이나 학자들을 잇달아 체포해 추방 등 강경 조치를 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