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3일 수원에서 만난 엄상백. 올 시즌 한화의 가을야구 진출을 위한 핵심 연결고리로 꼽힌다. 수원=고봉준 기자
올 시즌 신구장(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는 한화는 강력한 선발진을 앞세워 가을야구 무대를 바라본다. 그 핵심 연결고리에는 오른손 사이드암 엄상백(29)이 있다.
지난 FA 시장에서 한화가 4년 총액 78억을 들여 데려온 엄상백을 지난 23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만났다. 수원구장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엄상백이 KT 위즈 소속으로 10년간 안방으로 삼았던 곳이다. 엄상백은 “KT가 아닌 한화 유니폼을 입고 수원구장을 찾으니 감회가 새롭다. KT 동료들과 프런트 직원들이 반갑게 맞아줬고, 특히 식당 어머님들께서 ‘우리 상백이 왔네’하면서 아들처럼 맞이해주셔서 더욱 기뻤다”고 웃었다. 이어 “데뷔 후 이적은 처음이라 모든 것이 어색하다. 그래도 한화 동료들이 친구처럼 대해줘서 빨리 적응을 마쳤다”고 했다.
덕수고를 나온 엄상백은 KT의 창단 멤버 출신이다. 2015년 데뷔하자마자 5승을 거두면서 가능성을 보였고, 이후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전천후 마당쇠로 활약했다. 지난해에는 데뷔 후 가장 많은 13승을 기록해 준척급 FA가 됐고, 마운드 강화를 노린 한화의 선택을 받아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한화가 엄상백에게 기대하는 바는 딱 하나다. 코디 폰세(31)와 라이언 와이스(29·이상 미국), 류현진, 문동주(22)로 연결되는 마운드의 확실한 4선발 카드로 활약해달라는 바람이다. 만약 엄상백이 류현진과 문동주 사이에서 자기 몫을 다한다면 한화는 여느 구단 부럽지 않은 선발진을 보유하게 된다.
엄상백은 “구단과 팬들의 기대감을 모를 수가 없다. 그러나 과도한 부담감을 느끼지 않기 위해서 오히려 마음가짐을 가볍게 하려고 한다. 원래 내 몫에서 조금만 더 하겠다는 생각으로 개막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한화 엄상백이 지난 23일 수원 KT전을 앞두고 식당 직원들과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10년 동안 KT 유니폼을 입고 뛰었던 엄상백은 지난 스토브리그에서 한화로 이적했다. 수원=고봉준 기자
엄상백 역시 “밖에서는 잘 느끼지 못했는데 한화 유니폼을 입고 보니까 동료들의 가을야구 갈증을 새삼 느끼게 됐다. 이렇게 승리에 목말랐다는 사실을 옆에서 절실히 체감하고 있다”면서 “지금의 내 위치를 기차로 비유하고 싶다. 선발투수 한 명이 한 칸이라고 할 때 나는 칸과 칸을 잇는 연결고리라고 말이다. 이 연결고리가 보잘 것 없어 보여도 1년 동안 견고하게 칸을 지탱한다면 기차가 전속력을 낼 수 있다고 믿는다. 그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올 시즌 풀타임으로 활약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