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슨 권 오픈AI 최고전략책임자(CSO)는 25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AI 글로벌 컨퍼런스’ 기조연설에서 “AI에서 인프라는 곧 운명과 같다(Infrastructure is Destiny)”며 이같이 말했다. “AI 인프라는 토지·컴퓨팅·에너지의 결합이며, 21세기를 살아가는 모든 나라의 성장에 있어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면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최로 열린 이날 행사에서 제이슨 권 CSO는 실시간 화상 연결로 참석해 오혜연 KAIST 교수(국가인공지능위원회 분과위원장)와 대담 형식의 기조연설을 진행했다. 그는 “일반 소프트웨어와 다른 AI만의 특징은 언어·문화 등 강력한 국가적 요소를 갖고 있다는 점”이라면서 AI 주권(sovereignty)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든 국가가 오픈AI와 같은 대형 모델을 만들 필요는 없고, 자국의 강점에 맞는 전략을 통해 AI 산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면서다. 나라별로 강점이 있는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AI 분야를 계층적으로 분류해, 가장 근간이 되는 ‘컴퓨팅 인프라’(데이터센터·반도체 등), 학습을 위한 ‘AI 모델’, 서비스를 위한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 등으로 나눴다. “모든 나라가 계층별 고유 기술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한국은 삼성·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메모리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에 강점이 있는 나라”라고 평가했다.

 
AI 인프라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정부는 지난해 국가인공지능위원회를 출범하고, 올해 1월부터 ‘국가 AI 컴퓨팅 센터’ 구축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내년 상반기까지 1만 8000장 규모의 GPU(그래픽처리장치)를 확보하고, 장기적으로는 국산 AI 반도체 비중을 50%까지 높이는 것이 목표다. 


이날 행사에는 국가 AI 컴퓨팅 센터에 GPU를 공급할 가능성이 있는 엔비디아와 AMD 측도 참여했다. 키스 스트리어 AMD 수석 부사장은 오프닝 세션에서 “AI 인프라에서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은 에너지 자립만큼 중요하다”면서 “단순히 전략을 세우거나 투자하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고, 국가는 시민들이 AI의 완전한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 다른 나라와 경쟁이 아니라 시간과의 경쟁일 것”이라고 제언했다.

엔비디아 코리아 정소영 대표는 “AI 컴퓨팅 인프라는 AI 모델을 만드는 데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면서 “AI가 사람처럼 생각하는 등 생산성을 높이는 고품질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도 컴퓨팅 자원이 쓰인다”고 말했다. 답변을 얻기 위한 기본적인 AI 학습뿐 아니라, 추론 AI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도 고성능 컴퓨팅 자원이 필요하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