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풍 타고 들이닥친 산불에 곳곳서 전기·통신 끊겨 혼란

경북 곳곳서 전기ㆍ통신 끊겨

26일 경북 영덕군 영덕읍 매정1리 마을 대부분 주택이 산불에 불타 폐허로 변해 있다.   사진 연합뉴스

26일 경북 영덕군 영덕읍 매정1리 마을 대부분 주택이 산불에 불타 폐허로 변해 있다. 사진 연합뉴스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이 급속히 퍼진 지난 25일 오후 9시. 3만 3000명이 거주하는 영덕군의 모든 지역 전기 공급이 돌연 끊기며 일대는 암흑 천지가 됐다. 강풍을 동반해 확산한 산불 영향으로 추정된다.

 
이어 오후 10시 20분쯤엔 통신도 끊겼다. 재난 안전 문자 발송에 문제가 생기면서 일대 주민이 불안함에 몸을 떨거나 대피에 나선 가운데 전기 공급 및 통신은 26일 오전 2시쯤 일부 회복됐다.

 
그 사이 영덕까지 불길이 미쳤다는 소식을 들은 타지 가족, 지인들은 “전화는 물론 아무런 연락도 닿지 않는다”며 마음을 졸였다. 경북도에 따르면 26일 오전까지 영덕에선 주민 2200여명이 인근 학교 등으로 대피한 것으로 파악된다.

 
산림청 관계자는 “어제 (25일) 오후 9시부터 4개 송전 선로에서 정전이 있었다가 (26일) 새벽 2시쯤 복구된 것으로 파악된다. 영덕 변전소와 연결된 인근 지역은 모두 정전됐다. 잠정적으로는 4만4000가구에서 피해가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26일 경북 영덕군 매정리 마을로 들어가는 도로에서 경찰관이 불에 탄 승용차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 뉴스1

26일 경북 영덕군 매정리 마을로 들어가는 도로에서 경찰관이 불에 탄 승용차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 뉴스1

  
경북도와 전력 당국 등에 따르면 산불 확산에 따라 곳곳에서 비슷한 상황이 이어졌다. 앞서 25일 오후 2시엔 길안면 백자리와 금곡리의 전기 공급에 문제가 생겼다. 이날 오후 10시27분부터는 울진군(인구 4만6000명)에서 회선 손상 탓에 SK텔레콤 이동통신 서비스가 일시 중단됐다.  


송전탑ㆍ발전소 등 대응 체계 가동 

 
한국전력은 산불 확산 위험 때문에 경북 영덕군 영덕변전소와 청송군 진보변전소의 전기를 끊었다가(무압 조치) 26일 오전 다시 복구(가압)한 상태다. 또 이동형 변압기(30MVA)를 산불 진화 현장에 배치해 지원 중이다. 한전은 지난 25일 영덕 지역에 전기를 끊긴 했지만(휴전 조치) 선로 점검이 끝나면 순차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예정이다

산불로 이동 통신 서비스 장애가 발생하면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25일 10시33분 ‘재난 로밍’을 KT에 명령하는 등 통신망 복구를 위한 조치에 나섰다. 경북 울진군 지역 전체에서 SK텔레콤 이동 통신 서비스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재난 로밍은 특정 사업자 이동 통신 서비스 장애가 발생할 때, 다른 사업자가 해당 통신사의 이용자에게 이동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는 조치다. 

과기정통부가 재난 로밍을 내린 건 2020년 이 정책이 도입된 이후 처음이다. SK텔레콤은 통신망이 끊긴지 2시간만인 26일 0시 28분쯤 서비스를 복구했다. 하지만 LG유플러스·KT도 산불·정전으로 통신 선로가 곳곳에서 끊기면서 통신 서비스 제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강도현 과기정통부 2차관은 26일 안동시를 방문해 유·무선 통신사업자와 함께 통신망 피해 현황 및 복구대책을 논의했다. 과기정통부는 전날 방송통신재난 위기경보를 ‘주의’ 단계로 상향했으며 ‘방송통신재난대응상황실’도 24시간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