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사법리스크, ‘대통령 되면 끝’ 논리에 국민들 동의할까
오세훈·홍준표, 명태균 리스크…여론조작 드러나면 치명타
김문수는 외연 확장 한계, 한동훈은 배신자 프레임에 갇혀
문재인 전 대통령은 ‘박근혜 탄핵’의 가장 큰 수혜자였다. 국정농단 사태의 후폭풍 속에서 2017년 조기 대선은 적폐 청산을 내건 문재인 민주당 후보의 승리로 귀결됐다. 10년도 채 되지 않아 되풀이된 대통령 탄핵 사태로 조기 대선이 가시권에 접어들었다.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인용한다면 그 즉시 60일간의 대선 레이스가 시작된다. 설혹 탄핵안이 기각 또는 각하돼 윤 대통령이 직무에 복귀하더라도 임기 단축 개헌을 약속한 만큼 조기 대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어떤 경우든 차기 대선은 시작부터 혼돈이다. 비상계엄 이후 민심은 두 쪽으로 갈라졌다. 양쪽을 아우를 강하고 포용력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지만, 대권 주자 누구도 진영을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 게다가 저마다 크고 작은 리스크를 안고 있는 터라, 언제터질지 모를 지뢰가 대권가도 곳곳에 깔린 형국이다. 정치권 최대 스캔들이 될 강력한 뇌관을 품고 시작될 조기 대선은 국가 정상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까, 아니면 또 다른 혼란의 서막에 불과할까.
대선 일정 미뤄지면 민주당 구상 백지화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에 0.7%p 차이로 석패한 이 대표는 여야를 통틀어 차기 대권에 가장 근접해있다. 각종 여론조사 지표가 이를 증명한다. 윤 대통령이 직무정지 상태가 된 뒤 차기 대통령 후보 적합도를 알아보는 여론조사가 수십 차례 실시됐는데이 대표는 1위에서 내려온 적이 없다. 다만 지지율은 30% 중반에서 답보 상태다. 민주당 지지율도 30%대로 탄핵 찬성 여론이 50%를 넘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괴리가 있다. 이 대표를 지지하는 세력의 구심점은 탄탄하지만 외연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뚜렷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차기 대통령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1위를 지키고 있지만 사법 리스크라는 단점을안고 있다. “대통령이 되면 모든 형사재판이 중단된다”는 발언에서 노심초사하는 그의 심리가 드러난다. [연합뉴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3/27/3cac50ca-b2a2-49f8-89f6-9bdfca69ace8.jpg)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차기 대통령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1위를 지키고 있지만 사법 리스크라는 단점을안고 있다. “대통령이 되면 모든 형사재판이 중단된다”는 발언에서 노심초사하는 그의 심리가 드러난다. [연합뉴스]
비명계의 반발에도 직면해야 한다. 두 계파의 관계는 점점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선제공격은 이대표가 날렸다. 3월 5일 한 유튜브 채널에서 자신의 체포동의안 사태를 두고 검찰과 유착한 당내 배신자가 있었다고 밝히면서다. 누구를 콕 집어 지목한 것은 아니지만, 가뜩이나 불만 가득한 비명계의 반발 수위는 이전과 다른 양상을 보인다. 윤 대통령 탄핵(퇴진)이라는 공동의 목표가 사라지고 나면 ‘원팀’이 쪼개질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친문계의 간판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독자 노선을 걷고 있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국회 보좌관들을 끌어모아 비공식 캠프를 차린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비명계 개헌론자들은 아예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직격한다. 이 대표의 “대통령이 되면 모든 형사재판이 중단된다”는 발언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공격 소재다. 김두관 전 의원은 “이 대표가 3년짜리 대통령을 못 하겠다면, 사법 리스크를 다 털고 개헌 후 4년 중임제 대선에 출마하라”고 했다. 아무리 친명계가 우세라고 해도 이 대표 독주의 대선가도에자갈을 까는 심정으로 비명계가 달려든다면 일은 어찌 될지 모른다. “이 대표의 위기는 탄핵 정국 이후부터”라는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힘도 복잡한 셈법에 직면했다. 보수층이 결집하며 대통령 탄핵에 대한 방어선을 형성했지만 이 결집이 대선 승리의 장애물로 작용할 수도 있어서다. 탄핵 정국에서 보수층의 장외 투쟁은 수세에 몰렸던 윤 대통령에게 활로를 만들어준 일등공신이었다. 하지만 대선 승리를 위해 중도까지 확장해야 하는 당 입장에선 극우의 영향력이 커지는 게 달갑지만은 않다. 탄핵 사태를 초래한 윤 대통령의 당 장악력이 유지되는 한 외연 확장은 요원하기 때문이다.
오세훈, 외연 확장 노리다 명태균 게이트 덫에
그는 비상계엄 직후 탄핵 찬성을 공개 선언하며 대권 행보를 시작했다. 이후 내각제 개헌을 주장하면서 당 지도부와 거리를 좁혔다. 2월 12일 지방분권 개헌 토론회에서 분권형 대통령제를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 전날 권성동 원내대표는 “제왕적 대통령제는 치명적 결함이 있다”며 내각제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권영세 비대위원장과 함께 오 시장의 토론회에 참석했다.
이들은 친(親)이명박계다. 이명박 정부 말기에도 내각제 개헌을 추진하다가 실패했다. 당시 개헌파에 이름을 올린 게 권 원내대표이고, 오 시장은 이명박의 황태자로 불렸다. 3월 4일 오 시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예방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 자리에서 이 전 대통령은 오 시장의 저서 〈다시 성장이다〉를 언급하며 대권 행보에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3월 8일 윤 대통령이 석방되자 오 시장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탄핵소추안 가결에는 찬성했으나탄핵 자체를 찬성한 적은 없다”고 태도를 바꿨다.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시사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당 지도부의 의중과 가장 결이 맞는 여권 내 대선주자다. 하지만 명태균 게이트가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연합뉴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3/27/4ce8f35a-2b8c-4685-9e39-c552400a826b.jpg)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시사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당 지도부의 의중과 가장 결이 맞는 여권 내 대선주자다. 하지만 명태균 게이트가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연합뉴스]
오 시장이 명씨와 접촉한 시점은 2021년 4월경.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시기다. 이 선거는 오 시장이 제도권 정치에 복귀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2011년 무상급식 사태 때 서울시장직을 내던진 뒤 오랜 세월 재야(在野)를 떠돌았다. 2020년 총선에서 광진구에 출마해 재기를 노렸으나 정치 신인 고민정 민주당 후보에게 패하며 정치적 위신마저 땅에 떨어졌다.
따라서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그의 정치 운명을 건 마지막 기회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당내 후보 경선 상대는 나경원 의원으로, 오 시장이 우세를 장담할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때 오 시장이 “빨리 와 달라. 나경원을 이기는 여론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는 게 명씨의 주장이다. 이후 명씨는 국민의힘 경선에서 오 시장이 나 의원보다 유리하도록, 야권 단일화 과정에선 오 시장이 안철수 의원을 앞서도록 비공표 여론조사를 조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과정에서 가짜 응답 완료 샘플을 무더기로 만들고 오 시장에게 유리한 여론조사 설문안을 짜는 수법도 썼다고 한다. 실제로 오 시장은 자신의 SNS에 명씨의 미래한국연구소가 진행한 여론조사를 게시하며 자신이 안 의원보다 우위에 있다고 홍보한 적 있다. 나중에 오 시장은 “비공표 여론조사가 문제지, 공표 여론조사를 활용한 게 무슨 문제가 되느냐”고 해명했지만, 명씨와 유착 의심은 더 굳어졌다.
한편 명씨의 여론조사 비용은 오 시장의 후원회장인 김한정 씨가 대납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검찰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오 시장의 서울시청 집무실과 공관을 압수수색하는 등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이는 중이다. 경우에 따라 오 시장도 조기 대선 정국에서 사법리스크에 발목이 잡힐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임은 분명해 보인다.
조기 대선 선점한 홍준표도 명태균 연루설 곤혹
그의 결단력 있는 태도는 경험에서 나온다. 2017년 박근혜 탄핵 후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로 나섰던 그는 보수 진영이 혼선 끝에 정권을 민주당에 헌납하는 과정을 목격했다. 이번에도 당이 중심을 못 잡으면 같은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렸다. 하지만 그 역시 명태균 게이트에서 자유롭지 않다. ‘정계 은퇴’를 언급하며 의혹을 일축했지만 세간의 의구심은 여전하다.
![대선 경험이 있는 홍준표 대구시장. 탄핵 인용이든 가결이든 조기 대선은 열린다며 출마 의사를 확실히 밝혔다. 하지만 그 역시 명태균게이트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연합뉴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3/27/7dea6d46-1334-447b-adde-440bcf3f6b63.jpg)
대선 경험이 있는 홍준표 대구시장. 탄핵 인용이든 가결이든 조기 대선은 열린다며 출마 의사를 확실히 밝혔다. 하지만 그 역시 명태균게이트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연합뉴스]
문제는 출마지 결정 과정이다. 그는 경남 밀양과 양산을을 거쳐 대구 수성을로 방향을 틀었다. 명씨가 비공표 여론조사를 돌려 홍 시장에게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탐색해 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배경이다. 국민의힘 복당 과정에서도 명씨 개입 정황이 엿보인다. 명씨는 당시 당대표 선거를 앞둔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을 홍 시장에게 데려갔고, 이 의원이 당선되면 홍 시장 복당을 우선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홍 시장은 “명씨는 사무실에서 내보내고 이준석과 10분 대화한 게 전부”라고 일축했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도 홍 시장에 대한 명씨의 여론조사 지원이 있었다는 의혹이 있다. 명씨는 당시 홍 시장을 위한 비공표 여론조사를 8차례 실시했다고 주장한다. 응답자의 정치 성향이 담긴 로데이터(Raw data)가 홍 시장 캠프로 흘러간 정황도 있다. 로데이터는 특정 후보 지지층을 선별해 공략하거나 반대 지지층을 교란하는 데 활용될 가능성이 커 정당에서 외부 유출을 엄금하는 대외비로 분류된다.
홍 시장도 오 시장처럼 대납 문제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명씨에게 조사를 의뢰한 인물은 박재기, 최용휘씨다. 박씨는 2014년 홍 시장이 경남도지사 재선 당시 경남개발공사 사장에 임명한 최측근이고, 최씨는 홍 시장 아들 친구로 2024년 대구시 공무원으로 합류한 인물이다. 이들의 대납 비용 총액은 1억원이 넘는다. 최근 검찰이 오 시장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면서 다음 타깃은 홍 시장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김문수, 탄핵 정국 반사이익… 지지층은 모래성?
하지만 탄핵 국면에서 김문수의 꼬장꼬장함이 보수 진영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비상계엄 직후 열린 국회 현안질의에서 일어나 사과하라는 서영교 민주당 의원 요구에 국무위원들이 일제히 일어나 허리를 굽혔지만, 유일하게 김 장관만 이를 거부한 채 상체를 꼿꼿이 세우고 앉아 있었다. 이 장면은 비상계엄이 윤 대통령의 구국의 결단이라는 지지자들의 믿음을 확신으로 바꾼 강력한 메타포였다.
이 장면으로 보수진영에서 일약 스타덤에 오른 김 장관은 여권 내 차기 대선주자 1위에 올랐다. 탄핵 정국의 반사이익을 가장 누린 셈이다. 이후에 그가 박근혜 탄핵 때 끝까지 반대표를 던졌고 이승만·박정희 정신을 계승해야 한다고 꾸준히 외친 것이 재조명됐다. 민노총, 전교조, 주사파 세력을 정면 비판해온 이력도 보수진영의 소구력을 키웠다. 다만 보수의 두꺼운 지지는 김 장관에게 강점인 동시에 약점이다. 선명성을 각인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외연 확장에는 도움되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다. 극우적 이미지는 그를 중도층과 단절시킨다. 엄밀히 말해 지금의 지지율이 김 장관을 향한 것인지, 아니면 탄핵 정국에서 일시적으로 형성된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무엇보다 보수 장외 세력을 대규모로 결집시킨 세이브코리아는 김 장관의 정치색과 결이 다르다.
세이브코리아의 핵심인 손현보, 김진홍 목사 등은 내각제 개헌을 지지하지만, 김 장관은 내각제 반대파다. 김 장관이 대권 행보를 본격화하는 순간 지지층의 실체가 드러날 전망이다. 친박과 친이 간의 철 지난 계파 갈등이 장외에서 벌어질 공산도 있다. 결국 그의 구심점은 전광훈 목사로 대표되는 극우 세력뿐일지도 모른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탄핵 정국에서 결집된 보수층으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위기에서 비롯된 일시적인 결집인지, 김 장관을 향한 지지인지는 대선 국면에서 판가름날 것이다. [연합뉴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3/27/a2ae148b-8354-4a74-851f-9b4c651a7825.jpg)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탄핵 정국에서 결집된 보수층으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위기에서 비롯된 일시적인 결집인지, 김 장관을 향한 지지인지는 대선 국면에서 판가름날 것이다. [연합뉴스]
배신자 프레임 한동훈, 출구전략 안 보여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실과 대립하며 김건희 여사 리스크를 증폭시키더니 총선 후 두 달 만에 치러진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대표로 복귀했다. 이후에도 갈등을 해소하기보다 대통령실을 비판하며 각을 세웠다. 친윤과 친한 간 계파 싸움으로 번지면서 보수층 분열의 실마리를 제공하기도 했다. 한 전 대표가 대표직을 수행하는 기간 국민의힘 지지율은 급락을 거듭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최근 종교계 인사들을 순회 방문하며 대권 행보를 걷고 있지만 지지율 하락세를 면치못하고 있다. 배신자 프레임을 벗어나는 게 급선무지만 이렇다 할 움직임은 없다. [연합뉴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3/27/34781665-b218-4a06-bc12-36d0fb1132e9.jpg)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최근 종교계 인사들을 순회 방문하며 대권 행보를 걷고 있지만 지지율 하락세를 면치못하고 있다. 배신자 프레임을 벗어나는 게 급선무지만 이렇다 할 움직임은 없다. [연합뉴스]
보수층의 반응은 싸늘하다. 그를 가장 강하게 비판하는 세력은 장외 보수다. 한 전 대표는 종교계 인사들을 만나고 대학 캠퍼스를 찾아 민심을 끌어보려 하지만 어딜 가나 원성을 듣는다. 최근 경북대 강연에선 학생들의 반발이 터져 나왔다. 한때 차기 대선주자 1~2위를 다퉜지만 이젠 여권 내에서도 4위로 주저앉았다. 대구·경북과 20대 남성 지지율은 한 자릿수다.
대권에 도전한다 해도 당원게시판 논란은 그가 털고 가야 할 숙제다. 그가 당대표 시절 국민의힘 당원게시판에는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글이 꾸준히 올라왔다. 그런데 그 게시자가 한 전 대표 본인 또는 그의 가족이라는 의혹이 내부에서 제기됐다. 한 전 대표는 이 논란을 정면으로 반박한 적이 없다. 섬세한 성격의 그가 이 논란에 가장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말은 여권에서 공공연한 비밀이다.
안덕관 월간중앙 기자 ahn.deokkw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