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AFP=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유럽이 수용할 수 없는 조건들을 앞세우며 휴전을 노골적으로 지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합의된 휴전을 이행할 수 있도록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강화해달라고 미국에 촉구했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미국의 중재로 도출된 우크라이나와의 부분 휴전안과 관련, 러시아 식품과 비료 수출에 대한 서방의 제재가 해제된 이후에야 합의가 이행될 것이라고 지난 25일(현지시간) 밝혔다.
크렘린궁은 러시아 국영 농업은행과 농산물 수출 관련 금융기관에 대한 제재를 풀고 이들 기관을 국제 결제시스템인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 재연결해야 합의의 효력이 생긴다며 국영 농업은행 등에 대한 서방의 제재 해제를 요구했다.
러시아의 이런 전략에 대해 유럽은 즉각 선을 그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아니타 히퍼 유럽연합(EU) 외교안보담당 수석 대변인은 26일 입장문을 내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부당한 침략이 끝나고 우크라이나 전 지역에서 조건 없이 철수하는 것이 대러시아 제재를 개정·해제하는 주요 전제 조건"이라며 당장은 러시아의 제재 해제 요구에 응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24시간 안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큰소리를 치며 지난 1월 취임한 이래 휴전을 끌어내기 위해 분주히 중재 외교를 펼쳐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러시아가 일부러 휴전 협상을 지연시키고 있을 수 있음을 인정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미 뉴스맥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들(러시아)은 (휴전 이행을 위한) 대여섯 가지 조건을 내세웠고 우리는 그것들 모두를 살펴보고 있다"며 크렘린궁이 휴전 협상을 "질질 끌고 있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지연 전술과 관련, 로리 브로스토우 전 주러시아 영국 대사는 "이런 것들은 전형적인 크렘린 협상 전략"이라며 "그들은 의제와 시간표를 통제하려 시도하면서 할 수 있는 한 거의 모든 것에서 최대치의 양보를 끌어내는 동시에 자신들은 거의 아무런 대가도 치르려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제재 해제 등의 휴전 선결 조건을 제시한 러시아를 미국이 압박해 줄 것을 촉구했다고 BBC는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