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6일 강동구 명일동 복구 작업 중인 싱크홀 현장. 이수민 기자
지난 24일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서 발생한 싱크홀 일대가 지하철 9호선 연장 공사를 위해 ‘나틈(NATM) 공법’으로 터널을 뚫었던 곳으로 파악됐다. 나틈 공법은 다른 공법보다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경제성이 높지만, 연약 지반에선 지하수가 새거나 지지력이 약해 붕괴할 위험이 있다. 싱크홀 일대 지질이 복잡하고 지반이 약해진 상태였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면밀한 보강 작업을 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9년 EIASS 전략환경영향평가 '9호선 4단계 도시철도 기본계획'에 소개된 나틈(NATM)공법. 사진 EIASS 캡처
27일 서울도시기반시설본부(도기본)에 따르면 싱크홀 사고 지점은 ‘9호선 연장사업 1공구’ 시공사인 대우건설이 나틈 공법으로 터널을 뚫던 구간이다. 나틈은 압력을 이용해 암반에 콘크리트를 붙이고, 암벽 군데군데에 구멍을 뚫어 터널을 파는 방법이다. 이 때 폭약을 이용한 발파와 기계식 굴착이 있는데 1공구에선 기계식 굴착하는 중이었다고 한다.

공사장 입구~사고가 난 싱크홀 센터까지의 거리는 1공구 굴착 거리와 거의 일치한다. 박경민 기자
싱크홀은 통상 나틈 공법으로 판 굴에서 취약한 부분으로 알려진 '막장(가장 끝부분)'과 닿아 있었다. 서울시의회 도시안전건설위 김혜지 의원에 따르면, 당시 1공구 터널 공사는 대명초 입구 교차로~생태공원 교차로 방면으로 약 80m 진행됐다. 지하에서 보면 터널 입구부터 싱크홀 중심부까지의 거리다. 이재혁 도기본 도시철도토목부장도 지난 25일 브리핑에서 “굴착 지점과 사고 지점이 거의 일치한다”며 “터널을 뚫을 때 단면 전체를 한 번에 파낸 건 아니고 상·하부로 나눠 윗부분을 먼저 파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터널을 뚫는 과정에서 지반이 내려앉는 등 문제가 생겼을 수 있다고 짚었다. 이수곤 전 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나틈은 모든 지반에서 쓸 수 있지만 막장에서 사고가 나면 크게 난다”며 “특히 1공구는 지질이상대(일반적인 지질 구조와 다른 특이한 형태의 지질 구조)가 4개나 발견됐을 정도로 울퉁불퉁하고 지하수의 수위 편차도 심해 공사하기 까다로웠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굴착 시 지반 안정성을 확보하는 보강 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면 지반이 침하해 지하수가 쏟아져 들어왔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F1은 추정 지질이상대, F2~F4는 확인 지질이상대다. 박경민 기자
정충기 전 대한토목학회장 역시 “이 지역 지반이 특히 약한데 (막장 앞에) 지하수가 높게 있었다면 수압을 더 받아 토층이 밀려들었을 것”이라며 “모르타르(시멘트, 모래 등을 혼합해 만든 반죽)를 뿜어 약한 지반을 보강하고 방수하는 공정인 그라우팅을 확실히 해야 붕괴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도기본에 따르면 실제로 사고가 난 24일 공사 작업 현장에선 물이 새는 등 이상 징후가 감지돼 공사가 중단된 상태였다. 이 부장은 “(사고 당일) 현장 근무자들이 따로 작업하진 않았다”며 “막장 상태를 관찰하러 들어갔다가 물이 새는 등 이상함을 느껴 급히 빠져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다만 “정확한 사고 원인과 선후 관련성 등은 조사해봐야 안다”고 덧붙였다. 현장을 잘 아는 공사 관계자는 “사고 전날까지만 해도 물이 새진 않았다”며 “하루 새 상수도가 터져 물에 젖은 흙이 밀고 들어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주유소 민원 수차례...“대형 사고 막았을 수도”

박경민 기자
정 전 회장은 “연성이 있는 아스팔트보다 콘크리트 포장재였던 주유소 바닥에서 갈라짐(크랙)이 잘 보였을 것”이라며 “터널을 뚫는 과정에서 안정성이 낮은 지형이 영향 받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주유소는 사고 당일 오전에도 ‘빗물받이 파손’ 신고를 했다. 이 교수는 “빗물받이가 주저앉았다는 건 토양 중 제일 약한 부분이 먼저 빠진 것”이라며 “땜질 처방에 그칠 것이 아니라 지형 변형을 확인하는 등 조치가 필요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