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맞을 순 없다, 덜 맞자'…트럼프 상호관세에 정부 전략 수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8일(현지시각) 미 플로리다주 웨스트 팜 비치에 있는 팜 비치 국제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8일(현지시각) 미 플로리다주 웨스트 팜 비치에 있는 팜 비치 국제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 정부가 다음 달 2일 관세 정책 중 가장 강력한 ‘상호관세’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국도 표적 중 하나다. 정부는 다른 국가보다 더 낮은 관세율을 받는 데 집중하고 있다.

30일 통상당국은 다음 달 2일 미국이 한국에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하고 대응책을 마련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26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사람들이 매우 즐겁게 놀랄 것”이라며 ‘모든 국가’에 상호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예고했다. 상호관세란 미국이 교역국이 부과한 관세나 비관세장벽에 상응해 매기는 관세를 뜻한다.

이에 따라 대(對)미국 최대 수출 품목인 자동차의 관세율은 총 ‘25%+α’가 될 가능성이 열렸다. 오는 4월 3일부터 “미국의 안보를 위협한다”는 명분으로 부과받기 시작할 ‘품목관세(25%)’, 같은 달 2일 “공정한 무역 환경을 만들겠다”는 명분으로 발표될 상호관세(α)를 더한 수치다. 이 ‘+α’는 다른 품목들에도 적용될 수 있다.

미국은 일단 한국을 포함한 모든 교역국들에 대규모 상호관세 부과 계획을 밝힌 뒤 각국과 협상을 통해 완화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8일(현지시간) 기자들을 만나 “그들은 협상을 하기 원하며, 협상을 통해 우리가 무언가 얻을 수 있다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상호관세 발표 전에 협상이 가능한지에 대해선 “아니 아마도 그 이후”라고 답했다. 이 때문에 통상당국은 4월 2일 상호관세의 구체적인 내용이 발표되는 걸 보고 본격적인 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또한 통상당국은 주요한 협상 목표를 변경했다. 당초 상호 무관세를 원칙으로 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근거로 “상호관세를 면제해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제는 상호관세 부과를 피할 수 없는 만큼 다른 국가보다 관세율을 낮추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 관세를 세게 맞아도 다른 국가보다 덜 맞으면 미국 시장에서 타국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어서다.


정부는 한국이 상호관세를 덜 맞을 이유가 충분하다고 본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미국이 주요 타깃으로 삼는 10대 무역적자국 가운데 한국은 8위로 하위권이다. 한국 뒤에는 캐나다와 태국뿐이다. 그나마 캐나다는 미국에 불법이민·마약류를 수출한다는 이유로 한국보다 실질적인 우선순위가 앞서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지난해 말 현재 한국이 미국산 수입품에 매기는 평균 관세율은 0.79%로 환급까지 고려하면 사실상 0%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산 공산품에 한정해 보면 정확히 0%”라고 강조했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상호관세 부과를 코 앞에 두고 주요국의 대응은 각양각색이다. 캐나다는 마크 카니 총리가 지난 27일(현지시간) “미국과의 기존 관계는 끝났다”고 선언하는 등 초강경 모드다. 중국과 유럽연합(EU)은 협상 의지를 나타내는 한편 보복을 예고하는 등 강온양면 전술을 펴고 있다. 미국에 친밀한 입장을 유지했던 일본은 보복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다소 차가워진 분위기다. 한국과 대만 정도만 온건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국이 강경하게 나가는 국가보다 대체로 국방력·경제력이 떨어지고 대미 의존도가 큰 만큼 상호관세 발표 전까지 저자세를 유지해야 한다”며 “만일 기대보다 좋지 않은 발표가 나오면 강경 국가와의 공조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의 단계적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심상렬 광운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강경하게 할 여건이 안 되는데 강경하게 나갔다간 오히려 책을 잡혀 더 큰 화를 당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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