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D추격 의식했나...테슬라, 고환율에도 신형 모델Y 출시가 인하

테슬라 신형 모델Y. 사진 테슬라

테슬라 신형 모델Y. 사진 테슬라

지난 29일 경기 하남시 대형쇼핑몰 ‘스타필드’에 있는 테슬라 매장. 오전 11시 개장 전부터 200m 이상의 긴 줄이 형성됐다. 이날부터 전시된 신형 모델Y(프로젝트명 주니퍼)를 보기 위해서 수백명의 인파가 모여든 것이다. 이들은 40~50분을 기다리면서 신형 모델Y를 둘러봤다.

다음 달 2일 국내에 출시되는 신형 모델Y가 소비자에게 주목받고 있다. 신형 모델Y는 테슬라의 중형 세단형 스포츠유틸리티(SUV) 전기차로 이번에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돼 출시된다. 테슬라 신차에 대한 국내 소비자 관심은 꾸준하지만, 신형 모델Y가 유독 주목받는 이유는 따로 있다. 

비교적 낮게 책정된 가격 때문이다. 테슬라코리아에 따르면 신형 모델Y는 각 트림별 가격이 ▶후륜구동(RWD) 5299만원 ▶롱레인지 6314만원 ▶런치시리즈 7300만원으로 책정됐다.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들어간 RWD모델은 국내인증 1회 충전 주행거리가 400㎞,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가 탑재된 롱레인지·런치시리즈는 476㎞이다. RWD 모델의 경우 국고·지자체 보조금(서울 기준 약 300만원 전망)을 받으면 4000만원 후반에도 구매할 수 있다.

2021년 2월 국내 출시된 구형 모델Y RWD모델이 5999만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신형은 700만원 싸졌다. 구형 모델Y는 순차적으로 가격을 내려 현재는 5299만원에 판매되고 있는데, 신형 모델Y를 이 가격에 맞춘 것이다. 통상 신차에 200만~300만원의 가격 인상이 반영되는 점, 최근 1460원대 고환율을 고려할 때 가격 인하 폭은 상당하다.

지난 29일 경기 하남시 스타필드에 있는 테슬라 매장 앞에 인파가 줄지어 서 있다. 온라인커뮤니티 캡처

지난 29일 경기 하남시 스타필드에 있는 테슬라 매장 앞에 인파가 줄지어 서 있다. 온라인커뮤니티 캡처

모델Y는 지난해 1만8717대가 판매되어 국산·수입 전기차 통틀어 가장 많이 팔렸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중국 브랜드 차량의 한국시장 진출에 따라 치열한 경쟁에 직면했다는 평가다.


중국 브랜드 비야디(BYD)의 3000만원대 전기차 ‘아토3’가 4월 출고예정인데다, 모델Y의 경쟁차종인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씨라이언7’도 출시가 임박했다. 중국 지리자동차의 고급 전기차 브랜드 지커(Zeekr)도 지난달 28일 한국법인을 설립하면서 국내 진출을 공식화했다. 지리차가 대주주인 폴스타의 고급 전기차 ‘폴스타4’는 지난해 8월 중국산이 수입된데 이어 올해 하반기부터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에서 위탁 생산된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국차와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올해 전기차 보조금 전액지급 기준인 ‘5300만원 미만’을 충족할 수 있게 가격을 책정한 것”이라며 “보조금을 덜 받으면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5일 런던 소재 테슬라 매장 앞에서 한 시위자가 “나치 차를 사지 말라”라는 팻말을 들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나치식 인사를 한 점에 대한 반감 표현이다. EPA

지난 15일 런던 소재 테슬라 매장 앞에서 한 시위자가 “나치 차를 사지 말라”라는 팻말을 들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나치식 인사를 한 점에 대한 반감 표현이다. EPA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각종 구설에 오르면서 서구권에서 부진을 면치 못한 것도 국내 출시가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에 따르면 테슬라는 지난 2월 유럽연합(EU)과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영국을 포함한 유럽 전역에서 전년동월 대비 40.1% 감소한 1만6888대를 판매했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머스크에 대한 반감, 중국 전기차의 고급화 전략으로 전 세계 각국에서 테슬라의 점유율이 줄어들고 있다”며 “테슬라가 머스크에 대한 반감이 적고 아직 중국차가 뿌리내리지 못한 한국에서 시장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