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재개 첫날, 美 관세·침체 우려 겹쳐…코스피 2500선 내줘

코스피가 사흘째 내리면서 2500선 밑으로 주저앉았다. 지난 1년 5개월간 금지한 공매도 재개 첫날인데다, 미국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를 동반한 지속적인 물가 상승) 우려 등이 겹친 탓이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일 대비 3% 내린 2481.12에 마감했다. 지수 하락은 1조5772억원 어치 순매도에 나선 외국인이 주도했다.

모든 상장 종목의 공매도가 전면 재개된 3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 현황이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3% 하락한 2481.12, 코스닥 지수는 3.01% 하락한 672.85으로 장을 마감했다. 뉴스1

모든 상장 종목의 공매도가 전면 재개된 3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 현황이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3% 하락한 2481.12, 코스닥 지수는 3.01% 하락한 672.85으로 장을 마감했다. 뉴스1

대장주 삼성전자는 3.99% 내려 ‘5만전자(5만7800원)’로 물러섰고, SK하이닉스도 4.32% 하락했다. 공매도 취약 업종으로 꼽힌 2차전지 관련주의 하락세도 두드러졌다. LG에너지솔루션(-6.04%) 포스코퓨처엠(-7%) 엘앤에프(-7.88%) 등은 6~7% 급락했다. 코스닥 역시 3.01% 내린 672.85에 장을 마쳤다. 

이날 국내 주가 하락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수퍼 관세데이’ 경계감이었다. 트럼프는 다음 달 2일 대미 무역흑자 규모가 큰 ‘더티15(더러운15)’ 국가를 포함한 상당수 국가에 상호관세 부과 방침을 예고한 상태다.

미국의 물가·소비 지표 역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를 키웠다. 미국 상무부가 지난 28일(현지시간) 발표한 2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8% 상승해 시장 예상치(2.7%)를 넘어섰다. 같은 날 발표한 소비 지표인 2월 명목 개인소비지출도 전월 대비 0.4% 증가하는 데 그쳐, 시장 예상치(0.5%)를 밑돌았다. 물가는 오르고, 소비는 위축하는 모습이다.


거시 경제 불안으로 뉴욕 증시도 일제히 하락했다. 직전 영업일인 지난 28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1.97%, 나스닥은 2.7% 내렸다. 아시아 주요국 증시 역시 급락했다. 이날 일본 니케이225 지수는 4.05%, 대만 가권 지수는 4.2% 하락 마감했다.

조병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다음 달 2일 트럼프 관세 발표는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할 것”이라며 “2월에 이어 3월 소비 지표도 부진하면 미국 경제의 역성장 공포도 형성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재개한 공매도 조치도 지수 상승에 부담을 줬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주식을 빌려서 판 후, 실제로 주가가 내리면 이를 싼값에 사서 되갚는 방식으로 수익을 얻는 투자 기법이다. 다만 공매도 재개로 단기적으로는 주가가 하락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주가 상승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목표가 되는 일부 업종에는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공매도 재개 이후 외국인의 시장 참여 증가로 수급 환경이 좋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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