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오징어 계속 먹으려면, 관식이 고기잡이가 답이다

[이태환의 세상만사 경제학] 공유지 비극과 공유자원 문제

몇 년 전 속초에 가족여행을 갔을 때 오랜만에 오징어 회를 먹었다. 요즘 서울에서는 신선한 오징어 회를 먹는 게 상당히 드문 일이 되었다. 또 친구들과 맥주 한 잔 즐기다 보면 예전에 제일 흔한 안주였던 오징어가 근래에는 ‘귀하신 몸’이 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그 많던 동해 오징어는 다 어디로 간 것일까. 


# 배제 가능성이 중요하다

동해안 대표 어종인 오징어의 어획량이 급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징어 성어기 때 오징어잡이 어선들의 집어등이 속초 앞바다를 수놓고 있다. [연합뉴스]

동해안 대표 어종인 오징어의 어획량이 급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징어 성어기 때 오징어잡이 어선들의 집어등이 속초 앞바다를 수놓고 있다. [연합뉴스]

오징어 어획량이 계속 줄어들면서 그 원인에 대해 여러 가지 설명들이 나오고 있다. 기후변화와 바닷물의 온도 변화 등에 따라 오징어떼가 북쪽으로 올라가 버려 우리가 잡을 수 있는 개체 수가 줄어들었다고도 하고, 오징어가 잘 잡힐 때 너무 많이 잡은 것도 문제였다고 한다. 이렇게 특정 동물을 씨가 마르도록 잡아버리는 남획의 문제는 경제학에서 ‘공유지의 비극(tragedy of the commons)’이라고 부르는, 아주 잘 알려진 문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보통의 재화나 서비스들은 시장에 맡겨 놓으면 적절한 수준으로 생산이 되고 소비가 된다. 생산자는 시장가격을 보고 그 재화나 서비스를 얼마나 만들지 결정을 하고, 소비자도 가격을 보고 스스로 가장 만족스러운 수준까지 구매한다. 그런데 이런 가장 단순한 시장 메커니즘의 기반에는 사실 ‘배제가능성’이라는 중요한 전제가 숨어 있다. 배제가능성은 어떤 상품의 값을 지불하지 않은 사람의 경우 그 상품을 소비하지 못하도록 막을 수 있다는 뜻이다. 과일 가게에서 돈을 내야만 포도를 살 수 있고, 콘서트장에서 입장권을 사지 않은 사람을 돌려보낼 수 있다는 기술적인 전제다. 만약 배제가 불가능해지면 돈을 내지 않은 사람도 소비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아무도 정당한 가격을 지불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제값을 내지 않고 상품을 소비하려는 사람을 무임승차자(free rider)라고 부른다. 일상적으로 흔히 쓰이는 표현이고 말 그대로 버스나 지하철에 돈을 내지 않고 타려는 사람이라는 뜻인데 경제학에서도 학술용어로 쓴다. 이와 같이 배제가 불가능한 상품은 무임승차자들 때문에 시장에서 가격이 형성될 수 없고, 일반적인 시장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는다. 일단 공급된 상품도 금세 고갈되어 버릴 가능성이 크다. 어떤 방식으로든 정부가 개입하거나 소유구조를 바꿔서 배제불가능성 문제를 해결해줘야 지속적인 공급과 소비가 가능해진다. 우리가 숨 쉬는 데 필요한 공기는 좀 예외적인데, 호흡하면서 돈을 내지는 않으니 배제가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지만 아직까지는 모든 인류가 숨 쉬는데 큰 문제가 없을 만큼 넉넉한 양의 공기가 자연계에 존재해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만약 환경오염이나 온난화 문제가 더 심각해져서 깨끗한 공기마저 ‘생산’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어떻게 될지 상상만 해도 가슴이 답답하다.

배제가 불가능한 재화나 서비스 중에서도 드물게는 자원고갈 문제가 생기지 않는 것들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국방서비스인데, 국군이 대한민국의 국경과 영공, 영해를 잘 방어해주고 있다면 국민 전체가 동시에 안전해진다. 세금 잘 내는 A씨는 안전하게 지켜주고 세금 안 내는 B씨는 지켜주지 않는 방식으로 특정인을 배제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런데 이런 국방서비스는 A씨를 안전하게 지켜주고 있을 때 옆집 B씨를 동시에 지켜주더라도 추가적인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적정 수준으로 제공해주기만 하면 자원고갈 문제없이 생산이 가능하다. 이렇게 추가적인 소비자에 대해 비용부담이 없는 성질을 ‘비경합성’이라고 부른다.

# 황폐화된 시골 목초지


강원 강릉시 주문진의 한 덕장에서 햇볕에 오징어를 말리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강원 강릉시 주문진의 한 덕장에서 햇볕에 오징어를 말리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오징어 남획처럼 공유지의 비극 문제가 발생하는 재화의 특징은, 배제가 불가능하면서도 경합적이라는 것이다. 어느 어선이 오징어를 잡으면 다른 어선이 잡을 수 있는 오징어가 줄어든다. 추가적인 소비를 위해 추가적인 생산비가 드는 상황이니 분명 오징어는 경합적인 자원이다. 하지만 드넓은 바다에서 누군가가 오징어를 잡지 못하도록 배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런 성질을 가진 공유자원의 경우 과다사용이나 고갈의 문제가 발생하기 쉽다. 가장 잘 알려진 예는 산업혁명이 일어날 무렵 영국의 목초지였다. 그 당시 영국의 시골 마을에서 누군가 양을 기르려고 하면 어린양을 시장에서 사다가 마을의 공유 목초지에 풀어놓는 것이 일반적인 방식이었다. 공유 목초지는 동네 사람이라면 누구든 이용이 가능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배제 메커니즘이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거기서 자라는 풀은 경합적인 자원이다. 양 한 마리가 뜯어먹은 풀은 그 옆의 다른 양이 먹지 못하고, 풀이 다시 자라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이런 상황에 양을 기르는 것이 이익이 된다는 인식이 퍼지면 너도나도 양을 사다가 공유지에 풀어놓게 된다. 방목되는 양들이 너무 많아지다 보면 결국 공유 목초지의 풀은 다 없어지고 아무도 양을 기를 수 없는 황무지가 되어 버리기 마련이다. 마을 사람들이 함께 양을 기르려 했을 뿐인데, 목초지가 황폐화하는 비극으로 이야기가 끝난다. 그래서 ‘공유지의 비극’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문제가 발생하는 근본 원인은 아무도 마을 전체의 이익이나 마을 전체 목축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주민 하나하나의 입장에서 볼 때는 자기가 데려온 양이 먹을 만한 풀이 일단 눈에 보이기만 하면 양을 한 마리 더 풀어놓는 것이 이익이 된다. 전체 목초지 안에 풀이 얼마나 남아 있느냐, 앞으로도 계속 풀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이냐, 여기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않는다. 왜? 내 땅이 아니니까. 아무도 그 공유지의 주인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오징어 남획 문제도 똑같은 구조로 되어 있다. 내 어선 주변에 오징어가 있기만 하면 그걸 잡아다 파는 것이 나에게는 이익이다. 동해 바다 전체에 오징어가 얼마나 남아 있고 내가 지금 몇 마리를 잡으면 1년 뒤 오징어 개체수가 얼마나 변화하는가 하는 것은 관심 밖이다(사실 수산자원 전문가가 아니라면 알려고 해도 알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자칫하면 오징어·명태가 자취를 감춰버릴 위험에 처하는 것이다.

# 사유화하거나 정부 개입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주인공 관식(왼쪽·박보검). 고기잡이를 할 때 너무 어린 물고기는 놓아 준다. [중앙포토]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주인공 관식(왼쪽·박보검). 고기잡이를 할 때 너무 어린 물고기는 놓아 준다. [중앙포토]

결국 누군가가 해당 자원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관리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공유자원의 비극이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 영국 공유 목초지의 문제는 ‘사유화’라는 방법으로 해결이 되었다. 양을 기르는 것이 돈이 되니까 농촌에서 세력을 가진 지주들이 공유 목초지까지 자기 것으로 사유화하기 시작했고, 사유화된 땅에는 아무나 들어가지 못하도록 울타리가 쳐졌다. 의회에서는 이런 사유화 과정을 쉽게 만들어주는 법이 통과되었다. 소위 ‘인클로저’라는 역사적 사건이다. 땅 주인이 생기면 그 주인이 목초지가 감당할 수 있는 적정 숫자의 양들만 방목하도록 관리를 한다. 목초지가 황폐화될 때까지 양을 풀어놓는 것이 스스로의 이익을 해치는 바보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오징어는 조금 더 복잡한데, 망망대해에 주인을 정해준다든가 울타리를 둘러칠 수는 없으니 수산업자들의 협동조합이나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 한국의 수산자원관리법에서는 수산자원의 남획을 방지하기 위해 금어기, 즉 특정 어종은 어느 기간에 잡을 수 없다는 규정이라든가, 금지체장(禁止體長), 즉 너무 어린 물고기는 잡지 못 하게 하는 규정을 명시하고 있다. 또 1999년에 도입된 총허용어획량(TAC; Total Allowable Catch) 제도는 2028년까지 모든 어선에 대해 적용할 계획이다. 2025년 상반기 TAC 기준으로 고등어·오징어·꽃게 등 15개 어종은 전국에서 연간 총 40만t까지만 잡을 수 있다. 모든 사람이 ‘폭싹 속았수다’의 관식이처럼 새끼 물고기를 자발적으로 놓아주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법. 동해산 오징어를 계속 먹을 수 있으려면 정책과 법을 통해 공유자원의 비극을 해결하려는 정부의 노력과 어민들의 협조가 꼭 필요하다.

이태환 세종대 경제학과 교수. 서울대와 스탠퍼드대에서 공부하고 삼성경제연구소에서 한국경제의 다양한 측면을 연구했다. 주변의 사회문화 현상을 경제학으로 해석하고 이야기 나누는 것을 좋아한다. SERICEO에서 5년 간 ‘세상만사 경제학’ 강의를 맡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