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거북선은 조선 수군의 주력 군함인 판옥선에 덮개를 덮고, 용두(龍頭)에 포를 설치한 형태다. 거북선은 돌격전에 최적화한 군함이었다. 덮개는 승조원을 보호하고, 덮개에 박힌 철심은 적병의 승선을 원천 봉쇄했다. 500여년 전에 이런 전투 장비를 만든 게 놀랍다는 평가를 받는다. 거북선은 임진왜란 때 왜적을 물리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그렇다면 거북선이 나오기 전에는 상체에 덮개를 덮은 배가 없었을까? 거북선은 판옥선보다 진일보한 군사 분야 발명품이었나?
국립해양박물관에 전시된 거북선 축소 모형. 중앙포토
#2. 세계 최초의 우량계로 알려진 측우기(測雨器)는 일정 크기의 석대(측우대)위에 원통형 우량 측정 기구를 설치한 장비다. 이런 측우기는 서양보다 200년 앞선 장비였다. 그렇다면 측우기는 당시 기술 수준과 비교할 때 혁신적이고, 농업에 유용한 발명이라고 할 수 있나?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은 오는 5월께 알 수 있다. 특허청은 "선조 발명가를 기리고 업적을 기념하고자 거북선·측우기 등 과거 우수 발명품을 선정하고, 명예특허 등록 여부 결정을 위한 심사에 착수했다"고 4일 밝혔다.
중앙기상대에 보관중인 측우기와 측우대. 중앙포토
선정된 발명품은 거북선·앙부일구·거중기·측우기·자격루(물시계)·석빙고·비격진천뢰(중화기 포탄)·연은분리법·대동여지도·아자방온돌·신기전기 화차·혼천시계·풍기대·관상감 관천대·금속활자를 활용한 인쇄방법 등 총 15종이다.
앙부일구는 반구형 모양의 해시계다. 하늘을 우러러보는 가마솥 모양에 비치는 해 그림자(일구)로 '때를 아는 시계'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거중기는 도르래 원리를 이용해 작은 힘으로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리는 장치다. 또 아자방(亞字房) 온돌은 방 전체에 구들을 놓아 만든 온돌방이며, 신기전기 화차는 중·소 신기전(神機箭·로켓 추진식 화살)의 대량 발사 장치를 말한다.
또 연은분리법은 은광석에서 순수 은을 추출하는 기술이며, 풍기대는 풍향과 풍속을 관측하기 위한 기구다. 특허청은 국립중앙과학관 등에서 65개 발명을 추천받았고, 이 가운데 발명품의 역사적 의미, 기술적 특징을 고려해 최종 목록을 선정했다.
조선 시대 해시계인 '앙부일구'. 앙부일구는 하늘을 우러러 보는(앙) 가마솥(부) 모양에 비치는 해 그림자(일구)로 '때를 아는 시계' 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조선 시대 과학 문화의 발전상과 통치자의 백성을 위하는 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유물이다. 뉴스1
이들 발명품의 특허 여부는 15명 내외 심사관이 검토할 예정이다. 보통 특허를 받으려면 신규성, 진보성, 산업 이용 가능성 등 3가지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발명이 새로워야 하고, 이전 제품보다 뛰어나야 하며, 실제로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만약 심사관들이 거북선이 세계 최초이지만 판옥선보다 뛰어나지 않다고 판단한다면, 특허를 받을 수 없다. 하지만 특허청은 거북선이 특허를 못 받을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형태의 군함을 전 세계에서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허 심사 결과는 4월 말이나 5월 초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특허를 인정받은 발명품은 명예 특허증을 받는다. 명예특허를 받아도 별도의 출원인이나 특허권·로열티는 없다. 일부 발명품은 오는 5월 19일에 개최되는 발명의 날 기념식에 전시된다. 또 독립유공 발명가 발명품, 한국 산업발전 주역 발명품도 함께 전시된다. 발명의 날은 세계 최초로 측우기를 발명한 날(1441년 5월 19일)을 기념하기 위해 지정된 국가기념일이다.
전북 고창군 성내리에 있는 무장현 관아와 읍성에서 발굴된 조선 시대 화약무기인 비격진천뢰와 자기류. 연합뉴스
김정균 특허청 산업재산정책국장은 “발명은 먼 선조 때부터 오늘날까지 우리 삶과 밀접하게 연결됐다”라며 이번 행사를 통해 역사 속 발명 업적을 조명하고 발명의 중요성을 되새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