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문구페어 '인벤타리오'의 독립서점 유어마인드 부스. 매해 다른 작가들과 책갈피를 제작 판매하는 '책갈피 특집'의 주최사 유어마인드는 2009년부터 매해 독립출판, 아트북 행사 '언리미티드 에디션'을 열어왔다. 최혜리 기자
지난 5일, 코엑스 더 플라츠홀에서 열린 문구페어 ‘인벤타리오’의 독립서점 유어마인드 부스에 방문한 함모(27)씨는 각종 빵이 그려져있는 책갈피를 들어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경기도 수원에서 와 1시간 정도 부스를 둘러봤다는 함씨는 “사람이 많아 지치지만 귀여운 문구들을 사서 좋다”며 들떠있었다.
‘인벤타리오’는 문구 브랜드 포인트오브뷰와 온·오프라인 기반 편집숍 29CM가 함께 기획한 문구페어로, 2일부터 6일까지 5일 간 진행됐다. 한국에서 민간 기업이 개최한 오프라인 문구페어는 이번이 처음이며, 총 69개 브랜드가 참여했다.
최근 문구에 쏠리는 MZ세대의 관심을 반영한 듯 이 행사는 1달 전부터 진행한 사전예매 단계에서 티켓이 매진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공개 첫날이던 2일엔 약 2000㎡(670평) 규모의 넓은 전시 공간이 관람객으로 꽉 들어찼고, 행사장 앞엔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100m 가까이 길게 늘어섰다. 인기 문구용품을 파는 부스 앞에는 긴 대기줄이 만들어져 구경만 하는데도 긴 시간이 걸릴 정도였다.
행사를 기획한 포인트오브뷰는 문구 디자인 회사인 동시에 2022년 서울 성수동 연무장길에 문을 연 문구 편집샵의 이름이다. ‘어른들의 문방구’로도 불리는 이 매장은 지난해 기준 전년 대비 10배 이상의 거래액 상승을 기록하며 급성장 중이다.

지난 2일부터 6일까지 코엑스에서 진행된 문구페어 '인벤타리오'의 특별관, 일반 부스를 연 디자인 스튜디오 오이뮤. 지난 5일 일반 부스의 한켠에서 소비자들이 책갈피와 도서들을 살펴보고 있다. 최혜리 기자
‘인벤타리오’에서 관심을 받은 문구들도 대부분 독서 관련 상품들이다. 포인트오브뷰와 『아무튼, 문구』를 쓴 김규림 작가가 함께 만든 ‘책연필’은 책에 그어도 밑줄이 안 남는 투명색 색연필. 총 69개 부스 중 3분의 1가량이 책갈피, 북커버, 필사노트, 독서습관을 기록할 수 있는 메모지 등 책과 연관된 상품을 선보였다.
디자인 스튜디오 오이뮤가 인기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와 함께 만든 유채 책갈피는 부스를 열자마자 동났다. 신소현 오이뮤 대표는 “최근 1년 사이 책과 관련한 제품의 매출이 3~4배 늘었다”며 “같은 문구 업계에서도 이러한 변화에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서점 예스24도 문구페어에 참여해 책을 상징하는 향을 조향한 디퓨저 등을 판매했다. 김다현 예스24 상품기획파트장은 “도서 소비자와 문구 소비자가 많이 겹쳐있다고 생각한다”며 부스를 연 이유를 설명했다.

왼쪽부터 문학동네에서 기획한 팝업들. 2023년 성수동에 오픈한 '무라카미 하루키 팝업스토어'와 지난해 진행된 프란츠 카프카 100주기 맞이 '기일카페'(생일카페의 변형)다. 함유지 문학동네 마케팅국 브랜드부문장은 신작 등을 기념하기 위한 이 오프라인 행사들이 "젊은 세대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고 전했다. 사진 문학동네
함유지 문학동네 마케팅국 브랜드부문장은 작가 관련 팝업, 매주 시 한 편을 소개하는 뉴스레터 등을 진행하며 그 변화를 체감했다. 함 부문장은 “독자의 반응이 이전과는 다르다는 걸 여실히 느낀다”며 “진심 어린 도서 리뷰를 자신들의 SNS에 게시하고 출판사의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분들이 많다”고 전했다.

지난 1일 오후 6시 용산 CGV에서 열린 만우절 이벤트 '씨집책방'에서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 밖으로 나가 코너를 돌면 영화상영관이 모여있다. 현장에 놓인 책들은 출판사 문학동네가 큐레이팅했다. 함 부문장에 따르면 "현재 상영하고 있는 영화의 원작소설, 지금 바로 영화화 시켜도 좋을 만한 흡인력이 높은 작품들"을 모아뒀다. 최혜리 기자
15일까지 진행되는 ‘씨집책방’ 행사 첫날인 1일은『시선으로부터,』,『보건교사 안은영』 등을 쓴 정세랑 소설가가 사연에 맞는 책을 추천해주는 ‘정세랑의 문장’ 이벤트가 진행됐다. 신청자는 대부분 MZ세대였다. 정 작가에게 첫 번째로 책을 추천받은 최윤수(25)씨는 “좋아하는 책의 작가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최대한 찾아다닌다”며 “정세랑 작가님의 소재와 표현력이 좋아 자주 읽었는데, 직접 만나 책을 추천받으니 의미가 깊다”는 소감을 밝혔다.

지난해 민음사에서 진행된 '민음북클럽' 가입선물 '잡동산이'. 디자인 스튜디오 오이뮤가 디자인했다. 북클럽 가입자에게는 각각 사랑, 우정, 판타지, 고전을 주제로 편집자들이 선정한 글을 모은 책 4권과 온라인 커뮤니티에 접속할 수 있는 NFC 키링 등이 제공됐다. 사진 오이뮤 홈페이지
2011년부터 진행된 민음사의 연간 멤버십 서비스 ‘민음북클럽’은 지난해, 전년대비 회원수가 100% 이상 증가하며 큰 성공을 거뒀다. 편집자들이 선정한 글과 소장하고 싶은 굿즈를 모은 가입선물 ‘잡동산이’를 제공한 것이 성공요인이 됐다.
북클럽 회원을 대상으론 자체 북토크, 패밀리데이 등의 프로그램이 온오프라인을 통해 진행된다. 민음사 마케팅부 조아란 부장은 “이미지나 극단적으로 짧은 영상이 지배하는 시대에 글의 힘이 주목받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며 “마케터로서 새로운 세대의 독자들이 책에 대한 애정을 키워가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