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입원기간, 병원급 이하서 더 '고무줄'…"입원치료 비효율"

한 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입원 환자를 이동시키고 있다. 송봉근 기자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한 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입원 환자를 이동시키고 있다. 송봉근 기자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최근 10년 새 만성질환인 고혈압·폐렴의 평균 입원 기간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병원급 이하에선 고혈압 입원 기간이 의료기관 때문에 달라지는 경우가 절반을 넘어 적정 진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은 2010~2019년 고혈압·폐렴 입원 환자의 입원 기간 변화를 분석한 결과를 7일 공개했다. 2010년 38.1일이던 고혈압 환자의 평균 입원 기간은 2019년엔 7일로 10년새 81.6% 감소했다. 폐렴 환자의 입원 기간도 같은 기간 16.1일에서 11.7일로 27.3% 줄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입원율이 가장 높은 편이다. 2021년 기준 인구 1000명당 평균 입원율이 OECD는 130.5명이지만, 한국은 158.6명에 달한다. 만성질환인 고혈압·폐렴도 이런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다. 일반적으로 치료가 시급한 응급 상황 등을 빼면 고혈압을 주원인으로 입원하는 건 적절하지 않은 편이다. 평소 꾸준한 외래 진료로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질병이라서다. 이들 질환의 입원 기간이 점차 줄어드는 건 긍정적인 의미를 갖는 셈이다.

의료기관 간 차이로 발생하는 입원기간 비중 설명. 자료 국민건강보험공단

의료기관 간 차이로 발생하는 입원기간 비중 설명. 자료 국민건강보험공단

고혈압, 폐렴의 입원 기간이 의료기관 간 차이로 발생하는 비중. 자료 국민건강보험공단

고혈압, 폐렴의 입원 기간이 의료기관 간 차이로 발생하는 비중. 자료 국민건강보험공단

 
다만 우려되는 부분도 남아있다. 고혈압 환자의 입원 기간이 의료기관 간에 차이가 나는 비율은 2010년 25.7%에서 2019년 31.3%로 되레 증가했다. 폐렴은 같은 기간 21%에서 9.6%로 감소했다.

이 비율이 100%에 가까울수록 동일한 질병을 가진 환자의 입원 일수가 병원마다 제각각이란 의미다. 예를 들어 비슷한 상태인 60대 고혈압 환자가 A병원에선 7일 입원하는데, B병원은 14일, C병원은 3일 있는 식이다. 고혈압만 보면 환자 특성이 아니라 의료기관 문제로 입원 기간이 '고무줄'처럼 바뀌는 일이 10년 새 늘어난 셈이다.


 
특히 종합병원급 이상(상급종합병원·종합병원), 병원급 이하(병원·의원)로 구분하면 차이가 두드러졌다. 2019년 고혈압 입원 기간이 의료기관별로 차이 나는 비중은 종합병원급 이상이 19.6%인 반면, 병원급 이하는 51.8%에 달했다. 폐렴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종합병원급 이상은 6.5%, 병원급 이하는 26%로 나타났다.

이는 큰 병원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작은 병·의원급에선 어느 의료기관에 가느냐에 따라 입원 기간이 더 크게 달라지는 걸 의미한다. 건보연구원은 "병원급 이하에선 입원 치료에 비효율적인 측면이 있다는 걸 보여준다"면서 "의료기관에 따른 입원 기간 차이를 최소화하려면 고혈압·폐렴 적정 진료에 대한 임상적 기준 정립이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