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명 숨진 반얀트리 화재, 삼정 대표 父子 등 6명 구속

지난 2월 14일 오전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호텔 신축 공사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6명이 숨지는 등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진 부산경찰청

지난 2월 14일 오전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호텔 신축 공사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6명이 숨지는 등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진 부산경찰청

지난 2월 부산 기장군 오시리아 관광단지 내 ‘반얀트리 해운대 부산’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진 사고는 배관 절단ㆍ용접 작업 중 튄 불티가 보온재에 옮겨붙으며 시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과 고용노동부 합동 수사를 통해 시공사 대표 부자(父子) 등 원ㆍ하청 관계자 6명이 구속됐다.

원청 대표 부자(父子)등 6명 구속  

7일 부산경찰청과 부산고용노동청이 합동으로 연 중간 수사결과 발표에 따르면 반얀트리 화재 사고와 관련해 시공을 맡은 삼정기업 박정오 회장과 그 아들인 박상천 대표를 포함해 현장 소장 등 6명의 구속영장이 지난 4일 발부됐다. 대표 부자 이외에도 삼정 측 현장소장과 하청업체 대표·현장소장·작업자 등 4명이 구속됐다

이들에겐 업무상과실치사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가 함께 적용됐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경영책임자가 구속된 건 전국에서 세 번째, 부산에선 첫 사례다. 경영책임자에게 이례적으로 업무상과실치사 혐의까지 적용한 것이어서 향후 재판에서 어떤 판단이 나올지도 관심을 끈다.

화재감시자 없던 단 1곳서 참사 터져  

지난 2월 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호텔 공사현장 B동 1층에서 사용된 그라인더(위쪽)와 용접기. 사진 부산경찰청

지난 2월 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호텔 공사현장 B동 1층에서 사용된 그라인더(위쪽)와 용접기. 사진 부산경찰청

경찰에 따르면 지난 2월 14일 반얀트리 공사 현장 B동 1층 PT룸(배관 유지ㆍ관리를 위한 공간)에선 배관 교체 작업이 진행됐다. 하청업체 소속 작업자가 지름 37㎝의 스테인리스 배관을 그라인더로 자르고, 그 자리에 잠금 밸브가 장착된 새 배관을 연결하는 작업이다.

이 과정에서 1층 바닥 쪽에 난 12개의 구멍(지름 약 10㎝)을 통해 불씨가 아래층(지하 1층) 수처리실의 천장 부근 배관 보온재에 튄 것으로 파악됐다. 축열과 훈소(천천히 타들어가는 현상) 과정을 거쳐 불이 시작됐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불이 난 직후 연기가 배관 시설 등을 타고 빠르게 퍼졌고, 현장 작업자 6명은 1층 엘리베이터실 앞에서 질식해 숨졌다.


반얀트리 공사 현장 B동 1층 아래쪽에 있는 지름 10cm 구멍. 경찰은 이 구멍을 통해 불씨가 아래층으로 튀었고, 축열 등 과정을 거쳐 지하 1층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파악했다. 사진 부산경찰청

반얀트리 공사 현장 B동 1층 아래쪽에 있는 지름 10cm 구멍. 경찰은 이 구멍을 통해 불씨가 아래층으로 튀었고, 축열 등 과정을 거쳐 지하 1층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파악했다. 사진 부산경찰청

 
경찰과 노동청에 따르면 이날 현장엔 800여명이 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모두 8곳에서 절단ㆍ용접 등 불이 날 위험성 있는 작업이 이뤄졌는데, 8곳 중 불이 난 작업이 이뤄진 곳에만 화재감시자가 투입되지 않았다고 한다. 화재감시자는 불이 날 수 있는 작업 현장마다 배치돼 다른 업무를 겸임하지 않고 오직 화재 관리에만 전념해야 하는 작업자다. 

작업편의 위해 스프링클러는 꺼놔

수사 결과 불이 시작된 지하 1층과 6명이 숨진 지상 1층엔 상ㆍ하향식 스프링클러가 모두 갖춰져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발화 지점 인근에도 스프링클러 설비가 있었다. 하지만 스프링클러 작동을 위해 필요한 알람 밸브가 인위적으로 차단돼 무용지물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월 14일 일어난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호테 공사 현장 화재 사고의 발화 지점과 숨진 인부 6명이 발견된 엘리베이터홀. 사진 부산경찰청

지난 2월 14일 일어난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호테 공사 현장 화재 사고의 발화 지점과 숨진 인부 6명이 발견된 엘리베이터홀. 사진 부산경찰청

경찰 관계자는 “곧장 스프링클러가 작동됐다면 불과 연기의 초기 확산을 막았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오작동을 피하는 등 작업 편의를 위해 소방수가 공급되는 밸브를 연결하지 않거나, 임의로 잠가 스프링클러는 작동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반얀트리 사용 승인에 대해서는 “기장군과 소방 등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부적절한 행위가 없었는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아직은 구체적 내용을 밝힐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수사는 부산경찰청과 부산고용노동청 합동으로 진행됐다. 한편 부산고용노동청은 삼정기업ㆍ삼정이앤시 다른 현장을 대상으로 특별감독을 벌였다. 그 결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례 10건, 안전보건교육 미실시 32건 등을 적발해 사법 조치하고 과태료 9100만원을 부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