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 마약 음료’ 주범 징역 23년 확정…일당 모두 중형 최후

서울 강남 대치동 학원가 일대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벌어진 이른바 ‘마약 음료’ 사건 주범이 중형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는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등 혐의로 기소된 이모(28)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8일 밝혔다.  

2023년 4월 17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브리핑실에 강남 학원가 일대에서 범행도구로 사용된 마약음료가 놓여 있다. 뉴스1

2023년 4월 17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브리핑실에 강남 학원가 일대에서 범행도구로 사용된 마약음료가 놓여 있다. 뉴스1

이씨는 2022년 10월부터 중국에 머무르며 국내외 공범들에게 필로폰과 우유를 섞은 마약 음료의 제조ㆍ배포를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씨의 지시를 받은 공범은 음료 수백 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들의 목적은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는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였다. 

실제 전화를 받은 부모들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사회에 알려졌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그 부모를 표적 삼았다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이 컸다.

먼저 기소된 공범들은 지난해 9월 대법원에서 중형을 줄줄이 확정받았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28)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38)와 보이스피싱 전화중계기 관리책 김모씨(41)는 각각 징역 10년, 보이스피싱 모집책 이모씨(43)에게는 징역 7년을 받았다. 1심에서 선고된 징역 15년·10년·8년·7년을 2심이 더 높인 뒤 대법원이 받아들인 결과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따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같은 해 12월 국내로 강제 송환됐다. 지난해 7월 1심 재판부는 “미성년자를 영리 도구로 이용한 점에서 죄질이 극히 불량하고 비난 가능성이 커 엄벌할 필요성이 매우 크다”며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이어 지난해 12월 항소심 재판부도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며 형량을 유지했고, 대법원 역시 “원심이 인정한 사실과 다른 사실관계를 전제로 법리오해를 지적하는 취지의 주장은 모두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며 이씨의 상고를 기각, 원심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