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개헌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극렬 지지층이 개헌을 추진하는 우원식 국회의장과 의원들에게 문자 폭탄을 보내고 있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개헌 반대를 인증하며 이에 편승하는 모습도 포착되고 있다.
8일 민주당 지지자들이 모인 커뮤니티에는 우 의장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우 의장이 지난 6일 “이번 대선 때 개헌 국민투표를 하자”며 대선·개헌 동시 투표를 띄웠다는 이유다. 이재명 대표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에는 “우원식의 우매한 개헌에 항의하자. 이래도 모르쇠로 일관하면 제2의 윤거니(육석열+김건희)다”와 같은 비난 글이 쏟아지고 있고, 민주당 당원 게시판 블루웨이브에도 “우원식의 개헌 발의는 윤석열의 계엄 포고령과 같다”는 글이 줄줄이 올라왔다.
그동안 개딸(개혁의 딸)로 불리는 이 대표의 극단 지지층의 자주 사용하던 공격 방식인 문자 폭탄도 재개됐다. 우 의장에게 “전화기 켜 개헌 수괴야” 등의 메시지를 보냈다는 인증 글이 올라오고 있는 것이다. 민형배 의원은 자기가 받은 “개헌 같은 개소리는 애초에 꺼내지 마라”, “개헌이고 나발이고 내각제 반대한다”와 같은 메시지 캡처본을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 한 수도권 의원은 통화에서 “전화기가 계속 울려 도저히 업무를 할 수가 없다”며 “문자를 1000개쯤은 받았다”고 하소연했다.
이 같은 여론을 감지한 듯 일부 의원은 ‘개헌 반대’ 릴레이를 이어가고 있다. 정청래 의원은 지난 6일 우 의장 개헌 제안 기자회견 1시간 만에 “난 반댈세”라며 “국회의장 놀이를 중단하라”고 페이스북에 썼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같은 날 “내란척결과 정권교체 최우선.
내각제 불가”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적었다. 내각제 반대를 외치는 강성 지지층의 의견을 수용한 듯한 메시지였다.
한 민주당 수도권 의원은 “개딸들은 ‘개헌=내각제’로 생각하고 있다”며 “우원식이 국민의힘과 협작해 내각제를 관철하려는 속셈이라고 보는 것”이라고 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하지만 민주당 내부에선 또 다시 개딸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전에도 민주당 강성 지지층은 민주당 의사 결정 과정에 적극 개입하려 시도해왔다. 지난해 5월 민주당 국회의장 후보 경선 당시 “미애로(추미애) 합의봐”라는 여론을 만든 게 대표적이다. 21대 국회 때도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에 동의했다고 추정되는 민주당 국회의원을 추려 겉과 속이 다른 ‘수박’이라고 칭해 명단을 돌리며 갖은 공격을 했다.
한 중진 의원은 “개헌이라는 주제가 생기면 의원총회를 통해 논의하고 당 중지를 모으는 게 맞다”며 “지지자들이 무서워서 국회의원들이 개헌 반대를 인증하는 꼴이 얼마나 우스운 일이냐”고 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