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콜드플레이는 8년만에 내한해 총 6회, 약 30만 관객 규모로 공연을 펼친다. 사진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세계적인 브릿팝 밴드 콜드플레이(크리스 마틴, 조니 버클랜드, 가이 베리먼, 윌 챔피언)가 16일 경기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을 꽉 채운 약 5만 관객의 열기에 깜짝 놀라 이같이 말했다. 콜드플레이는 이곳에서 16일에 이어 18일~19일, 22일, 24~25일까지 6회차로 월드투어 ‘뮤직 오브 더 스피어스’의 한국 공연을 펼친다. 총 30만 2792명의 관객(공연입장권전산망 기준)이 관람할 예정이다. 내한 공연 사상 최다, 최대 규모로 집계된다.

콜드플레이 프론트맨 크리스 마틴이 팬들의 함성 속에 열창하고 있다. 사진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콜드플레이의 이번 내한 공연은 8년 만이다. 공교롭게도 ‘대통령이 없을 때만 내한한다’는 평행이론설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며 이목이 쏠렸다. 이 밴드가 내한했을 지난 2017년 4월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후 조기대선 체제로 접어들었을 때였으며, 이번에도 대통령 공석에 내한했다. 콜드플레이는 “정말 오랜만이다. 공연은 8년만인데, 4년 전 방탄소년단과 협업을 위해 비밀리에 오기도 했다”고 밝혔다.
첫날 공연은 행성, 달, 별, 집 네 가지 큰 주제 안에서 각 5~6개의 곡 구성, 총 23곡의 세트리스트로 꾸려졌다. 콜드플레이는 ‘옐로우’, ‘픽스 유’, ‘비바 라 비다’ 등의 대표곡과 함께 지난해 발매한 ‘필스라이크아임폴링인러브’, ‘굿 필링스’, ‘올 마이 러브’ 등 최신곡을 섞어 들려줬다. 팬들의 환호와 떼창에 프론트맨 크리스 마틴은 “감사합니다. 한국어가 서툴러도 이해해 주세요. 고맙습니다. 여러분과 함께해서 행복합니다”라고 한국어로 인사했다.

우주 공간을 연출한 콜드플레이 무대. 관객 손짓에 떠다니는 풍선이 우주를 유영하는 행성처럼 보인다. 사진 라이브네이션코리아
공연장 전체를 노련하게 이용한 무대 연출은 환상적인 우주쇼를 보는 착각을 일으키게 했다. 공연장 곳곳을 비추는 조명과 스크린 속 달이 우주를 연상하게 했고, 플로어엔 관객들이 가지고 놀 수 있는 공 모양 풍선을 띄워 우주를 떠도는 행성처럼 보이게 했다. 대형 미러볼을 무대 중앙에 설치해 조명이 사방으로 튀어 별처럼 보이도록 했고, 천장으로는 레이저를 쏘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콜드플레이가 제공한 자이로 밴드(응원봉 역할)도 공연 연출 효과 중 하나였다. 미러볼처럼 오색으로 섞이기도 하고 구역 별로 하트 모양으로 빛나거나, 별처럼 반짝여 공연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옐로우’ 무대에선 자이로 밴드를 비롯한 공연장 불빛 전체가 노란색으로 변해 눈부신 달빛을 떠올리게 했다. 공연 말미엔 문선글라스라고 지칭한, 빛 반사 안경을 쓰고 보는 코너도 마련됐다.
재미와 볼거리도 놓치지 않았다. ‘더 라이트클럽 2025’를 부를 땐 네 멤버가 형광물질을 내뿜는 외계인 가면을 쓰고 등장해 웃음을 안겼다. 이어 무대 위로 관객을 불러 외계인 가면을 쓰게 한 후 함께 막춤을 췄다. 관객들도 점프하며 함께 춤을 추자 야외 클럽이 된 듯 열기가 달아올랐다. ‘피플 오브 더 프라이드’에선 가사 속 혁명의 깃발을 상징하는 것으로 무지개 천을 흔들기도 했다.
‘위 프래이’는 별 주제 안에서 선곡하고, 오프닝 무대를 꾸며준 스타 걸그룹 트와이스, 싱어송라이터 엘리아나와 함께 노래해 환호를 이끌었다. 트와이스는 6회 모두 오프닝 게스트로 오르며, 엘리아나는 18일, 19일, 22일 만날 수 있다. 국내 인디씬에서 주목하는 한로로(24~25일)로 출연한다. 또 다른 스타 방탄소년단은 프론트맨 크리스 마틴이 ‘마이 유니버스’를 노래할 때 스크린으로 짧게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5만 관객 떼창을 이끈 콜드플레이. 사진 라이브네이션코리아
두 시간가량의 러닝타임 동안 콜드플레이는 무대에서 거의 내려가지 않았다. 돌출 무대를 이동할 때도 계주 선수처럼 뛰어서 이동하는 열정으로 눈길을 끌었다. 팬 사랑도 남달랐다. 팬들이 준비한 플래카드를 읽으며 소통하는 시간을 자주 가졌고, 한 남성 관객을 무대 위로 초대해 다정한 자세로 함께 노래했다. 러시아에서 온 관객에겐 먼 곳까지 와줘서 고맙다며, “푸틴이 허락한다면 보러 가겠다”고 전했다.
콜드플레이는 환경 보호와 지속 가능한 투어의 모범 사례로도 꼽힌다. 재사용이 가능한 자이로 밴드(응원봉 역할)를 제공하고 태양열, 팬들의 운동에너지로 발생시킨 친환경 에너지가 활용됐다. 관객이 구매한 티켓으로는 해양 청소, 산림복원, 토양복원, 공기 중 탄소 포집 등의 환경 보호 활동을 지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