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과 직접 핵협상"…이스라엘에 사드 추가 지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 비핵화 문제를 놓고 직접 대화 중인 사실을 밝히며 오는 12일(현지시간) 고위급 핵협상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만난 후 취재진에 “우리는 이란과 직접 대화를 하고 있으며, 대화는 시작됐다”며 “토요일(12일)에 매우 큰 회담이 예정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거의 최고위급에서 매우 중요하게 회담할 예정”이라면서도 대표단 명단과 회담 장소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직후 압박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중재국인 오만을 끼고 벌이는 “간접 협상”이라고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이란 지도부에 2개월의 시한을 제시하며 핵협상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으나, 양측은 협상 방식을 놓고 평행선을 달려왔다. 이란은 서구 국가와 대화 채널을 유지해온 친서방 국가인 오만과의 간접 협상을 통해 미국의 문제 해결 의지를 먼저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이 성공하지 못하면 그날은 이란에 매우 나쁜 날이 될 것”이라고 재차 경고했다. 그러면서 “이란은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전문가 사이에선 미국이 최근 중동 인근에 항공모함전단과 B-2 스텔스 전략폭격기 등 전략 자산을 집결시키는 것도 이란에 핵협상을 압박하려는 포석이란 해석이 나온다. 특히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B-2 폭격기는 이란을 사정권에 둔 인도양의 디에고 가르시아 섬에 여러 대가 배치된 상태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운데)와 이란 대통령 마수드 페제쉬키안(오른쪽)이 지난달 8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이란 정부 관계자들과 회담을 위해 도착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운데)와 이란 대통령 마수드 페제쉬키안(오른쪽)이 지난달 8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이란 정부 관계자들과 회담을 위해 도착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은 지난 5일 이스라엘에 추가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지원하는 등 역내 대공 방어 역량도 강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텔레그래프는 7일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사드 지원”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통해 미국과 이란의 고위급 회담 추진 사실이 알려진 이날 로이터통신은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이 9일부터 약 2주간 중동의 핵심 산유국인 아랍에미리트·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순방에 나선다고 보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핵보유를 막기 위해 이란의 원유 수출을 “0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한 바 있어서, 이와 관련한 움직임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7일(현지시간) 남부 이스라엘에서 바라본 가자지구에 이스라엘 폭격으로 인해 연기가 하늘로 치솟고 있습니다. AP=연합뉴스

7일(현지시간) 남부 이스라엘에서 바라본 가자지구에 이스라엘 폭격으로 인해 연기가 하늘로 치솟고 있습니다. AP=연합뉴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가자지구에서 지난달 휴전 두 달여 만에 교전이 재개된 것과 관련해선 “우리는 또 다른 휴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도 “우리는 또 다른 협상을 준비하고 있다”며 “우리는 인질을 구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디언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인 하마스를 잘 식별해 제거할 목적으로 가자지구와의 경계 1㎞ 내에 있는 건물 수백채 등을 파괴해 사실상 ‘살인구역(kill zone)’을 만든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자지구 구상과 관련해 “그것은 매우 중요한 부동산이며 우리가 관여해야 할 일”이라고 재차 소유 의사를 드러냈다. 그는 지난 1월 가자지구 주민들을 제3국으로 이주시킨 뒤 이곳을 휴양지로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내놔 중동 주요국들의 강한 반발을 샀다.

같은 날 이집트에 모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가자지구와 팔레스타인 영토의 통치, 법과 질서, 안보 유지는 국제적 지원을 받는 권한이 있는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의 전적인 책임하에 이뤄져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