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챔피언결정 5차전에서 승리해 현역 생활 마지막 경기를 우승으로 장식한 김연경이 우승 메달에 입맞추고 있다. 뉴스1

8일 챔피언결정 5차전에서 승리해 현역 생활 마지막 경기를 우승으로 장식한 김연경이 기뻐하고 있다. 뉴스1
벅찬 여정이었다. 흥국생명은 1차전과 2차전을 이겼지만, 3차전과 4차전은 모두 접전 끝에 패했다. 최종 5차전 역시 1·2세트를 따내고도 3·4세트를 내줘 승부를 마지막 세트까지 몰고 갔다. 다섯 세트가 모두 2점 차로 끝난 '역대급' 명승부. 5경기 중 4경기(2~5차전)를 풀세트로 치른 양 팀 선수들은 체력이 바닥을 친 상황에서도 마지막 힘까지 짜내 버티고 또 버텼다.
결국 마지막에 웃은 쪽은 김연경을 앞세운 흥국생명이었다. 김연경은 있는 힘껏 공을 때리고, 막고, 받아내며 최후의 열정을 코트 위에 남김 없이 쏟아냈다. 이날 김연경이 올린 34점은 올 시즌 개인 최고 기록, 블로킹 7개는 개인 역대 최고 기록이었다.

8일 챔피언결정 5차전에서 승리해 현역 생활 마지막 경기를 우승으로 장식한 김연경이 득점 후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챔피언결정 5차전에서 승리해 현역 생활 마지막 경기를 우승으로 장식한 김연경이 선수들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챔프전에서 별(우승) 하나를 다는 게 참 힘들다는 생각을 최근에 많이 했다. 3차전을 진 뒤에는 '나는 항상 최선을 다했는데 왜 이런 결과가 돌아왔을까, 문제가 뭘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며 "쉬운 승부는 아닐 거라고 짐작했지만, 그래도 그렇게 3·4차전을 다 내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큰 어려움을 이겨내려고 노력했고, 이렇게 멋진 마무리를 할 수 있게 해준 동료 선수들에게 정말 고맙다"고 했다.

8일 챔피언결정 5차전에서 석패해 준우승한 뒤 김연경을 응원하는 현수막을 펴고 박수를 보내는 정관장 선수들. 연합뉴스

8일 챔피언결정 5차전에서 김연경(왼쪽)과 김수지(가운데)의 블로킹을 뚫고 득점에 성공한 정관장 메가. 연합뉴스
챔프전 최우수선수(MVP) 경쟁자였던 정관장 주포 메가왓티 파티위(등록명 메가)에 대해선 "이렇게까지 잘하는 선수였나 싶어 새삼 놀랐다. 올 시즌 더 성장하면서 진짜 무서운 선수가 된 것 같다"며 "지금은 우리나라 리그에서 활약하니까 좋은데, 나중에 인도네시아 국가대표로 만나면 더 위협적일 것 같아 걱정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김연경은 이제 양 손에 우승 트로피와 챔프전 MVP 트로피를 하나씩 쥐고 홀가분하게 코트를 떠난다. 당분간은 '운동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를 마음껏 누릴 생각이다. 그는 "내가 애주가인데, 금주를 오래 했다. 이제 술 한 잔 하면서 동료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싶다"며 "친구도 만나고, 가족과 시간도 보내고, 여행도 다니면서 한동안 잘 쉬고 싶다"고 했다.

8일 챔피언결정 5차전에서 승리해 현역 생활 마지막 경기를 우승으로 장식한 김연경(위)이 동료들의 헹가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또 "늘 응원해주신 많은 팬분들의 에너지를 받아 내 배구 인생을 버텨왔다. 그분들 덕에 내가 '정상에 더 오래 있고 싶다'는 각오를 다지곤 했다"며 "은퇴 후에도 많은 관심 가져주시고, 우리 후배들을 많이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인사했다. 김연경의 공식 은퇴식은 오는 5월로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