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재작년 10월로 돌아갔다…트럼프에 무너진 2300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가별 상호관세가 9일(현지시간) 발효되면서 코스피는 전일보다 1.74% 떨어진 2293.70으로 장을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코스피가 2300대로 떨어진 건 2023년 10월 31일 이후 약 1년 5개월 만이다. 코스피는 지난 4일 2465.42를 기록한 뒤 7일 하루에만 5.57% 급락했고, 이날까지 3거래일(7~9일) 만에 6.97% 하락했다. 이 기간 증발한 코스피 시가총액은 139조7000억원이다. 코스닥 지수도 전일 대비 2.29% 떨어진 643.39를 기록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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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투자자와 기관투자가의 매도세도 이어졌다. 외국인과 기관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각각 1조7억원과 701억원을 순매도했다. 개인투자자만 홀로 9395억원을 순매수했지만 지수 하락을 방어하진 못했다. 시가총액 10위권 기업들의 주가도 일제히 하락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각각 0.93%와 2.65% 하락했고, 셀트리온(-5.27%) 삼성바이오로직스(-1.20%) 한화에어로스페이스(-1.00%) 등도 떨어졌다. 

달러 대비 원화값은 전날보다 10.9원 떨어진(환율은 상승) 1484.1원으로 오후 3시30분 주간거래를 마감했다. 원화값은 주간 거래 종가 기준, 2009년 3월 12일(1496.5원) 이후 16년여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일반적으로 불확실성이 확대되면 위험 회피 현상으로 안전 자산인 달러 대비 원화의 매력도가 떨어진다. 아시아 증시 중에는 대만 자취안 지수가 5.79%, 일본 닛케이225 지수가 3.93% 하락한 반면, 홍콩 항셍지수와 상하이종합지수는 각각 1.19%, 1.31% 올랐다.

정근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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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주가와 환율이 요동친 건 미국이 각국에 매긴 상호관세가 본격 발효됐기 때문이다. 이날부터 한국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모든 물품엔 25%의 관세가 붙고, 중국엔 104%의 관세가 부과된다. 지난 2일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부과할 당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세율은 34%였지만, 중국이 오는 10일부터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34%의 ‘보복 관세’를 매기겠다고 밝히면서 관세 갈등이 고조됐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50%의 추가 관세까지 부과하겠다고 응수하면서 대(對)중 관세는 104%가 됐다. 미국에 대한 중국의 관세 부과는 오는 10일부터 시작된다.

전문가들은 관세 갈등으로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회피 현상이 주가 하락을 부추긴 것으로 보고 있다. 신윤정 교보증권 책임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보편·상호 관세가 더해져 예상보다 강도 높게 시행된 것으로 시장은 해석하고 있다”며 “미국이 주요 무역 상대국과의 협상을 통해 행정명령을 완화할지, 중국처럼 보복 관세를 통해 무역 분쟁이 확대할지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화값과 관련해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관세 정책 기조가 예상보다 강경한 점을 고려하면 단기적으로 변동성은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달러당) 1500원까지 열어둬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다만 “관세 정책이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있어 협상의 여지가 여전히 있어서 연말까지 달러 대비 원화값이 완만하게 상승할 가능성은 남아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