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근(42) 서울 마포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청소년보호계 경위는 도박에 빠진 청소년을 선도하고 회복을 도운 공로로 16일 경찰청 1분기 베스트 학교전담경찰관(SPO)에 선정됐다. 이영근 기자
이 경찰관은 비행 청소년과 밥 먹는 게 일이다. 서울 마포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소속 김경근 경위(42)는 일주일에 두 번은 관내 청소년과 만나 같이 수저를 든다. 어른에게 마음을 굳게 닫은 청소년과 한마디도 못 하고 수저를 놓는 경우가 부지기수. 김 경위는 “포기하지 않고 세 번쯤 같이 밥 먹고 나면 ‘쌤’이라고 부르면서 경계심을 풀기도 한다”고 웃었다.
김 경위는 2021년부터 학교전담경찰관(SPO)으로 교육 현장을 누비고 있다. 학교전담경찰관은 학교폭력 예방과 청소년 선도·보호 등 업무를 전담하는 경찰관이다. 김 경위는 최근 2025년 경찰청 1분기 베스트 SPO로 선정됐다. 사이버 도박에 빠진 청소년을 선도하고 회복을 도운 공로를 인정받았다. 중앙일보는 “청소년 도박은 2차 범죄로 이어지기 쉽기 때문에 예방이 최선”이라고 말하는 김 경위를 16일 마포서에서 만났다.
김 경위가 현장에서 느끼는 청소년 도박 문제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3년 9월~지난해 10월까지 사이버 도박을 하다 검거된 만 19세 미만 청소년은 4715명에 이른다. 청소년들은 바카라, 스포츠 토토 등 중독성 강한 종목을 불법 온라인 사이트에서 접하는 환경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도박 규모가 1000만원 대까지 올라가는 경우도 흔하다고 한다. 자금을 마련할 길이 없는 청소년들은 사기, 절도 등 2차 범죄의 늪에 빠진다.

신재민 기자
집안의 고가 제품들을 팔아 자금을 마련하는 경우는 예삿일이다. 주운 신용카드로 명품 패딩이나 아이패드 등을 사서 되팔거나, 같은 청소년을 상대로 불법 사채를 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김 경위는 “지난해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게임 아이디를 10만원에 판매한다며 200명에게 사기를 치다 걸린 도박 청소년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런 청소년들이 도박의 늪에서 빠져나오려면 어른의 손길은 필수다. 낙인과 선입견 대신 어른과 사회의 꾸준한 관심이 도박뿐 아니라 청소년 비행을 줄이는 열쇠라는 게 김 경위의 경험이다. 김 경위는 아이들을 만날 때면 “다 지켜보고 있다”, “도박 생각날 때는 나한테 꼭 연락하라”고 당부한다. 그는 “중학생 때 도박 문제로 만났던 친구가 졸업하면서 ‘쌤이 그때 저 안 잡아줬으면 한탕 크게 하고 제주도로 뜨려고 했다’고 하는데 뿌듯했다”고 했다.

김경근(42) 서울 마포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청소년보호계 경위가 한 고등학교에서 청소년 도박 관련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 본인 제공
정도가 심한 경우엔 따끔한 조치도 취한다. 김 경위는 지난해 말 도박에 중독된 6명의 청소년이 폭력 서클을 결성해 특수절도 등 20회 범죄와 비행을 저지르는 과정에서 친구와 후배의 금전을 빼앗는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재범 위험성이 크다고 판단한 김 경위는 신속히 긴급 동행영장을 발부받아 서울가정법원에 우범 송치하고,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에도 연계했다.
이 모든 과정에서 보호자의 협조도 중요하다. 김 경위는 “처벌이 두려워 선도심사위원회 연계 등 절차에 부모님들이 동의를 해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경미한 사례는 전과가 남지 않게 훈방 조치할 수 있고, 예방 센터에도 연계해줄 수 있기 때문에 SPO를 믿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때 방황했던 김 경위를 부모처럼 붙잡아 준 고교 담임선생님을 롤모델 삼아 자원한 학교전담경찰관 생활도 어느덧 5년 차. 홀로 관내 10개 학교를 전담할 정도로 고된 업무지만, 제자리로 돌아와 미래를 개척하는 청소년을 바라보는 보람은 그 이상이다.
김 경위가 청소년에게 되레 배울 때도 많다고 한다. 그는 “나는 10만큼 줬는데 아이들은 그걸 100으로 받아들이기도 하더라. 어른들이 준 것 이상으로 변하는 아이들이 너무 대단해서 나도 같이 성장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