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은 8일(현지시간) “한국의 WGBI 편입이 확정됐다”면서도 “편입 시작 시점을 (당초 발표한 올 11월이 아닌) 내년 4월로 조정하고 편입 비중 확대는 기존의 분기별에서 월별 방식으로 바꾼다”고 발표했다.
FTSE 러셀이 관리하는 WGBI는 26개국 국채를 포괄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채권지수다. 추종 자금 규모만 약 2조5000억 달러(약 3400조원)에 달한다. 올 3월 기준 FTSE 러셀이 예상한 한국 국채의 편입 비중은 2.05%로, 미국(41.9%), 중국(10.0%), 일본(9.7%) 등 주요국에 이어 9번째로 크다. 정부는 WGBI에 한국 국채가 새로 포함되면 약 560억 달러(약 82조원)의 해외 자금이 들어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지난해 10월 9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의 한국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결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편입 시기를 늦춘 건 이례적인 일이다. 과거 중국 국채의 편입 완료 시점이 미뤄진 적은 있지만 시작 시점이 밀린 사례는 없었다. 일각에선 비상계엄ㆍ탄핵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외국인 투자자의 불안을 키워 일정 연기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기재부 측은 “정치적 불확실성을 포함해 시장에 대한 신뢰 문제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은 0%”라고 선을 그었다.
WGBI 편입 연기는 올해 대규모 국채 발행을 계획하고 있는 정부에게 악재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국채 발행 규모는 197조6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이며, 추가경정예산 편성마저 대부분의 재원을 적자국채로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WGBI 편입 연기로 국채 공급 부담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편입 지연으로 외국인 수요가 줄어든 만큼 국채 금리가 오르면(채권값 하락) 조달비용도 따라 늘어 정부로서는 재정 부담이 커지게 된다. 외국인 투자자가 WGBI에 새로 편입된 한국 국채를 사들이는 과정에서 달러가 유입되는 ‘환율 방어’ 효과도 당장 기대할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