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뛰면 "낳지 말까", 사교육비 오르면 "하나만 잘 키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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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 기자 사진 이현 기자
지난 2월 26일 서울 강서구 미즈메디병원 신생아실의 모습. 전민규 기자.

지난 2월 26일 서울 강서구 미즈메디병원 신생아실의 모습. 전민규 기자.

첫 아이 출산 여부는 주택 가격에, 둘째 자녀 이상 출산은 사교육비 부담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분석됐다.

9일 국토연구원의 ‘주택가격의 자녀 순위별 출산율 기여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첫째 자녀 출산율은 주택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았다. 매매와 전세를 합한 집값 기여도는 30.4%로 나타났다. 예컨대 출산율이 1년 사이 0.1명 감소했다면 이 가운데 0.0304명(30.4%)은 집값 때문이었다는 의미다. 주택가격의 기여도는 둘째와 셋째 자녀 이상에서 각각 28.7%·27.5%로 낮아졌다. 

첫 자녀를 계획할 때는 안정적인 주거 환경을 우선 고려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박진백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주택가격이 상승할수록 신혼부부와 젊은 가정의 경제적 부담이 증가해 자녀 출산을 지연시키거나 포기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에 부동산 매매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에 부동산 매매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반대로 둘째 이상 자녀부터는 사교육비가 출산을 제약하는 원인으로 꼽혔다. 첫 아이 출산에서 사교육비 기여도는 5.5% 수준에 그쳤으나, 둘째 자녀에서 9.1%, 셋째 자녀 이상에선 14.3%로 점점 더 올랐다. 자녀 출산 경험이 없는 부부와 달리, 첫째 자녀를 낳아 양육비 부담을 경험한 부부에게는 사교육비가 직접적인 출산 기피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보고서는 2009년부터 2022년까지 전국 16개 시·도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했다.

한편 전년도 출산율도 모든 자녀 순위에서 기여도가 26~28%로 높았다. 보고서는 “출산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와 문화적 요인이 지속해서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출산 친화적인 분위기가 출산율을 끌어올리는데 실제로 도움이 된다는 의미다.


박 부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 합계 출산율 1명, 중장기적으로 인구 대체수준인 2.1명 달성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제안했다. 첫째 자녀 출산율 회복을 위해서는 주택가격 안정과 지역별 시장 상황을 반영한 차등 지원을, 다자녀 출산 장려를 위해서는 사교육비 부담 완화와 함께 둘째 이상 자녀 출산 시 여전히 큰 주거비 부담을 고려해 ‘생애 두 번째 주택 구입 시 취득세 감면’ 등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