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21대 대통령 선거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김 전 장관은 9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출마 기자회견에서 “내 손으로 뽑은 대통령이 임기 중에 파면되는 것을 보면서, 국무위원으로서 비통한 심정과 책임감을 금할 길이 없었다”며 “저에게 내려진 국민의 뜻을 받들기로 했다. 대한민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어 갈 각오로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김 전 장관은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출마의 가장 중요한 이유로 꼽았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뭉친 강성 지지층을 겨냥한 듯 약 3100자 분량의 출마 선언문에는 ‘자유민주주의’ 표현이 5번이나 등장했다. 그는 이날 출마 선언 전 열린 국민의힘 입당식에서도 과거 ‘운동권의 대부’였던 자신이 1994년 집권 여당인 민주자유당(현 국민의힘)에 입당한 이유와 관련해 “소련이 무너진 후 4년간 방황하면서 대한민국이 가야 할 길은 자유민주주의밖에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그렇게 보수 정당에서 생활하던 그는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자유통일당을 창당하며 탈당했었다.
김 전 장관은 출마 선언에서도 “친중, 친북, 반미, 친중, 반기업을 고집하며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세력이 잔존하고 있다”며 “체제전쟁을 벌이며 국가 정체성을 무너뜨리는 세력에는 물러서지 않겠다”고 했다. 출마 선언 뒤엔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이승만·박정희·김영삼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며 보수 주자로서의 선명성을 강조했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본선 경쟁력도 강조했다. 김 전 장관은 이 전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겨냥해 “12가지 죄목으로 재판을 받는 피고인 이재명 상대로는 가진 것 없는 깨끗한 김문수가 제격”이라며 “부정한 돈을 받아본 적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도 확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는 목소리 톤을 높여 “중도라는 건 약자를 보살피고 약자를 위해 일하는 것”이라며 “김문수보다 더 구석구석 약자들의 삶을 아는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고 반문했다. 김 전 장관은 “대통합이든 대연정이든 나라가 잘되는 일은 무엇이든 해야 한다”고도 했다.
김 전 장관의 선거 캠프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은 친윤계 김재원 전 의원이, 대변인은 박용찬 서울 영등포을 당협위원장이 각각 맡기로 했다. 이날 출마 선언장엔 친윤계로 분류되는 이만희·박수영·인요한 의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오세훈 서울시장도 13일 대선 출마 선언을 예고하면서 본격 대선 채비에 나섰다. 오 시장 측은 9일 언론 공지를 통해 “13일 출마 선언 장소는 서울 시정의 중심축을 형성해 온 ‘약자동행’ 정책이 대한민국의 정책으로 뻗어 나갈 수 있는 상징적인 곳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캠프 대변인을 맡을 김병민 정무부시장 등 서울시 정무직도 이날 일괄 사퇴하고 본격적인 선거 준비에 나섰다. 오 시장은 측은 “4선 서울시장을 지내면서 이룬 정책 성과를 바탕으로 경제 성장과 국민 통합을 이끌 적임자임을 출마 선언문에서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별도의 공식 일정을 잡지 않고 하루 앞으로 다가온 출마 선언 준비에 매진했다. 대표적인 찬탄파(탄핵 찬성)인 한 전 대표는 계엄 선포의 위법성을 지적하면서도 대선 승리를 위해 반탄파(탄핵 반대)도 함께 가야 한다는 통합론을 강조할 예정이다. 한 전 대표의 측근인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이날 MBC 뉴스외전에서 한 전 대표가 국회 앞 돌계단을 출마선언 장소로 잡은 이유에 대해 “국민을 대변하는 곳이 국회”라며 “대통령의 계엄으로 인해서 국회가 굉장히 위험했던 순간도 있었던 만큼 여러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14일 출마 선언을 예고한 홍준표 대구시장은 9일 정책 비전을 담은 ‘제7공화국 선진대국(Great Korea) 시대를 연다’를 발간했다. 홍 시장은 ▶내년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 ▶2028년 상·하원 양원제 총선 ▶2030년 4년 중임제 대통령 선거로 이어지는 개헌 로드맵을 제시했다. 또 홍 시장은 이날 군심(軍心)을 겨냥해 페이스북에 “군 가산점을 부활시켜야 한다”며 “육·해·공 3군 체제에서 (해병대와 특전사를 통합한) 해병특수군,국군 우주사령부를 창설해 5군 체제로 국방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