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상호관세가 발효와 함께 코스피 2,300선이 무너진 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코스피와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달러 대비 원화가치도 크게 떨어져 1480원대 후반까지 밀렸고 코스피 지수는 1년 반 만에 2300선 아래로 떨어졌다. 일본과 대만 증시도 휘청거렸고 유럽 증시 역시 일제히 급락하며 출발해 금융시장 불안을 키웠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가치는 전날보다 10.9원 밀려 1484.1원에 마감했다.
주간 거래 종가 기준으로 원화 값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2일(1496.5원) 이후 약 16년 만의 저점이다.
미국 상호관세가 시행되면서 미중 간 관세 갈등이 격화하자 시장에서는 위험회피 심리가 퍼졌다. 위험회피 심리가 강할수록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원화 가치는 약세를 보인다.
원화는 안전자산으로 평가받는 엔화 대비로도 약세를 나타냈다.
오후 3시 30분 기준 엔화 대비 원화가치는 100엔당 1020.91원을 기록했다. 원화 가치는 2022년 3월 17일(1022.27원) 이후 3년여 만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전날 같은 시각 기준가(998.68원)보다 22.23원 급락했다.
코스피 지수 역시 약 1년 반 만에 2300선 아래로 떨어졌다. 코스피는 이날 전일 대비 40.53포인트(1.74%) 내린 2293.70으로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2300선 아래로 내려간 것은 2023년 10월 31일(2293.61) 이후 약 1년 5개월 만이다.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24포인트(0.18%) 내린 2329.99에 출발했으나,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과 우선 협상하겠다는 미국 정부 입장에 힘입어 오전에는 2320선 근처를 유지했다. 그러나 상호관세 발효 시점인 오후 1시를 전후로 2300선이 무너지며 장중 한때 2280대까지 밀려났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현물에서 1조5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9거래일 연속 순매도다.
기관도 704억원어치를 팔아 지수 하락에 가세했다. 반면 개인은 9395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코스피200 선물에서도 5932억원을 순매도해 현선물을 합쳐 총 1조6000억원 가까이 팔아치웠다.
일본과 대만 증시도 휘청거렸다.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는 이날 전장 대비 1298.55포인트(-3.93%) 내린 3만1714.03으로 장을 마감했다. 장중 최대 하락률은 5.31%에 이르렀다.
대만 자취안지수는 5.79% 급락했다. 시가총액 1위 TSMC 주가가 3.80% 내리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중국 당국이 증시 부양 의지를 밝힌 가운데 범중국 증시는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다. 한국시간 오후 3시 55분 기준 홍콩 항셍지수는 0.43% 내린 반면, 홍콩에 상장된 중국 본토 기업들로 구성된 홍콩H지수(HSCEI)는 0.3% 올랐다.
중국 본토의 상하이종합지수(+0.92%)와 상하이·선전증시 시가총액 상위 300개 종목으로 구성된 CSI 300 지수(+0.57%)도 플러스다.
유럽 증시도 관세 충격을 피하지 못했다. 이날 유럽 주요 증시는 2%대 급락세로 출발했다.
이날 오전 9시 20분(중부유럽 표준시 기준) 유럽 대형주 지수 유로스톡스50은 전장보다 2.38% 떨어진 4660.15포인트를 기록했다.
같은 시각 독일 DAX40은 2.17%, 프랑스 CAC40은 2.30%, 이탈리아 Italy40은 2.73% 하락하며 거래됐다.
10%의 관세를 부과받은 영국 FTSE100 역시 전장보다 2.11% 하락한 7743.75포인트로 집계됐다.
특히 이날 유럽 증시에서 가장 큰 낙폭을 보인 건 32%의 관세를 부과받은 스위스 SMI였다. 장 초반 2% 후반대 하락으로 시작했던 SMI는 한때 3% 후반까지 낙폭이 커지며 결국 3.31% 하락한 채 거래됐다.